[美중간선거 D-30] 민주 '상원 수성'-공화 '싹쓸이'…낙태 vs 이민 쟁점
- 22-10-05
당초 공화당 싹쓸이 분위기에서 민주 '상원 수성' 분위기 변화 조짐
향후 미국 정치의 향배를 가를 11·8 중간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판세에 관심이 모아진다.
4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역대 미국의 중간선거는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한 만큼 집권여당이 의석을 잃는 경우가 대체적이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선 과거 전례가 그대로 되풀이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당초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공화당에 완패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미 워싱턴 정가에선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혼란스러운 철군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40여년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덮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해 임기초 50%대를 유지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고, 올해 들어선 3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9%였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에 달했다. 이는 올해 실시된 WP-ABC 공동 여론조사 중 두번째로 낮은 수치다.
직전 조사인 4월 지지율은 42%였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월24일 실시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7%로 가장 낮게 나왔다.
해당 조사에선 무소속 유권자 51%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견제 역할을 위해 공화당이 내년 의회를 맡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반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산업육성법' 등 주요 입법에서 성과를 내고,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가장 민감한 휘발유 가격을 하락·안정세로 돌려놓으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다.
일단 30%대에 머물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초반으로 회복됐다. CNN이 집계하는 지지율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8월초 평균 3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3일 기준 41%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6대 3'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의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근거였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공식 폐기한 데 대한 반발 여론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옹호하는 공화당내 친(親)트럼프 후보들의 부상도 민주당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흐름이다.
이로 인해 암울했던 민주당의 중간선거 전망도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상당히 개선됐다.
파이브서티에이트가 지난 3일 내놓은 중간선거 예측 전망에 따르면,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확률은 야당인 공화당이 69%를 기록해 민주당(31%)에 압도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원에 있어선 민주당이 67%로 공화당(33%)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
같은 날 기준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를 통해 상원에서 민주당이 51.2석을, 공화당은 48.8석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하원에선 공화당이 221.1석을, 민주당이 213.9석을 얻을 것으로 점쳤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을 점하기 위해 민주당이 현재 갖고 있는 의석에서 5석만 빼앗아 오면 되는 상황이다.
WP는 공화당이 10년마다 새로운 인구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과정을 통해 이미 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는데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선거분석업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현재 공화당은 과반인 218석을, 민주당은 184석을 각각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이며, 33석을 놓고 경합 중이다. 이중 민주당이 현역인 곳이 27곳이며, 공화당이 현역인 곳은 6곳에 불과하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하원 선거에선 공화당이 이길 것으로 전망되는데, 민주당이 과연 얼마나 적게 지는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상원의 경우에는 각당이 현재에서 최소 1석만 상대당으로부터 빼앗아 오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당초 상원의원 선거도 공화당의 확실한 우세가 점쳐졌지만,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 뉴햄프셔와 같은 경합주(州)의 당내 경선에서 친트럼프 후보들이 본선에 나서게 됨에 따라 오히려 공화당의 승리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현재 상원의 경우엔 조지아와 네바다, 펜실베이니아주(州) 등 3개 지역이 핵심 경합지로 분류된다. 이들 주에서 2곳을 이긴 정당이 상원에서 과반을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송원석 KAGC 사무국장은 "상원 선거가 민주당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가는 이유는 현직 프리미엄도 있지만, 공화당 후보들의 자질이 낮은 측면도 있다"며 민주당이 상원에서 51석을 얻어 과반을 차지하거나 현재처럼 50석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 언론 일각에선 각종 여론조사나 선거 예측분석이 '샤이 트럼프' 지지층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다소 민주당에 유리하게 나왔을 수 있다며 공화당의 상·하원 '싹쓸이'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선 경제와 낙태, 인플레이션, 교육 및 학교, 이민 등의 이슈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실시했던 WP-ABC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이같은 순서대로 이슈를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은 역사상으로 낮은 실업률과 하락·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휘발유 가격, 초당적 인프라법안 및 IRA 입법 등을 내세워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동시에 여성들과 무당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낙태권 문제를 적극 이슈화하고 있다.
특히 낙태권 문제는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NBC방송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한달 전보다 3%포인트 증가한 61%로 나타났다.
공화당 텃밭인 캔자스주가 지난 8월2일 실시한 '주헌법에 있는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에서 59%(53만4134명)가 반대했으며 찬성은 41%(37만4611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캔자스주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15%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던 주였던 것을 고려하면 민주당에겐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갤럽에 따르면 9월 1~16일 미국 성인 8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연방대법원이 최고기관인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의 47%만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인 53%(2015년)보다 더 낮은 수치이자, 해당 기관의 조사에서 사법부의 신뢰도가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미국 CNN 방송은 보도했다. 이같은 결과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데 따른 여진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등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로 규정하는 한편, 미국-멕시코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이민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선 것을 고리로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보안 및 이민 정책 등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최근 공화당이 추진할 4대 정책을 발표하고, △강력한 경제 △안전한 국가 △자유스러운 미래 △책임있는 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특히 안전한 국가와 관련해 남부 국경의 안전을 다시 확보해 국가안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또 범죄율 증가와 관련해선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경찰 등 공권력에 대해 제약을 가함으로 인해 범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중간선거의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도 변수이자 관심사안이다.
최근 들어 미 대선이 치러진 2008년(61.6%), 2012년(58.6%), 2016년(60.1%), 2020년(66.7%) 선거 때는 60%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중간선거 때엔 이보다 낮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실제 2010년 중간선거는 41.0%, 2014년과 2018년은 각각 36.7%와 49.2%의 투표율을 보였다.
통상 투표율이 낮을 경우 백인 등 적극 투표층이 많은 공화당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중간선거도 지난 2020년 대선보단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점쳐져 공화당에 유리한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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