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표정 갈리는 전자업계…세트 '울상' 부품 '내심 안도'
- 22-09-28
세트업계, 수요 부진·원가 부담에 고환율 '호재' 법칙 벗어나
부품업계 영향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수출 경쟁력 증가 효과는 제한적"
달러·원 환율이 1400을 돌파하는 등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상황이 지속되며 전자업계 내에서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만드는 세트(완제품) 업계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과 싸우고 있다.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업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달러 기반 매출액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 상황을 일부 상쇄하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지난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21.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2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을 넘어선 이후 26일에는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430원대를 넘나드는 등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와 확대된 경기침체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압도적인 달러 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LG전자는 19일부터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김치냉장고' 신제품 9종을 순차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제품은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컬렉션' 라인업을 강화했다. (LG전자 제공) 2022.9.19/뉴스1 |
제조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와 부품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세트업체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환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트업체들은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고환율 현상을 통상 ‘호재’로 인식해왔지만 이번 만큼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부터 원자재 공급난으로 급증한 제조원가 부담이 고환율 현상을 만나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비용은 58조521억원으로 전년 동기(46조6039억원)보다 25% 증가했다. 가전사업의 비중이 큰 LG전자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비용도 20조6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조5411억원) 대비 18% 늘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구조상 수출국 현지 통화로 발생하는 매출 구조도 달러 홀로 강세를 이어가는 현재 상황에선 유리하지 않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따라 TV·가전 수요가 급감한지라 원가 부담을 제품 판가에 녹여낼 수도 없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금 가전업체들의 관심은 ‘악성 재고’를 줄이는 것에 쏠려 있다”며 “판가 인상을 시도하기에는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K-디스플레이2022)에서 참관객들이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2.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업계의 경우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부품 사업의 경우 주요 글로벌 세트 업체들에게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형태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달러 매출 비중이 세트업체보다 크다. 전반적인 업황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부나마 실적 보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연평균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했을 때 영업이익 면에서 SK하이닉스는 35.9%, LG이노텍은 36.1%, 삼성전기는 24.4% 차익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에도 달러 강세로 삼성전자는 1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3000억~4000억원가량 영업이익 증가효과를 거뒀다.
다만 부품업계도 밝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주요 고객사인 세트업체들의 실적 타격이 본격화하며 고객사의 구매 축소, 재고 증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환율이 우리 경제 침체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중장기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환율 영향에 중립적인 입장"이라면서도 "반도체 원재료·장비도 달러로 사오고, 해외 투자도 늘리고 있어 고환율 상황이 길어지는 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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