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러시아 백신 검토 안했다"지만…공급 부족·유럽 허가 관건
- 21-03-31
우리 방역당국이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승인에 대해 "검토 중이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불거지는 백신 공급 불안 문제 등을 고려하면 러시아 백신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럽 국가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 유럽의약청(EMA)에 따라 우리 방역당국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제출 및 검토 진행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30일(현지시간) 주한 러시아 대사관의 페이스북을 인용해 "한국이 스푸트니크V 백신을 포함해 러시아에서 생산된 항코로나바이러스 의약품 등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데 따른 답변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이다. 3단계 임상 전 1, 2상 결과로만 승인해 논란이 일었지만 지난달 초 의학 학술지 '랜싯'에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3상 결과가 실렸다.
그러나 우리 방역당국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직 스푸트니크V 백신이 공급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백신 공급 불안을 두고 러시아 백신을 플랜C로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Z) 백신의 생산처 중 하나인 인도에서 백신 수출 제한 조치를 실시하는 등 이른바 '백신 전쟁'이 벌어지면서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전 인구의 백신 균등 공급 목표로 추진되는 다국가 연합체)로부터 국내 공급 예정이었던 AZ백신 69만회분(34만5000명분) 공급 일정이 4월 3주차로 연기됐고, 공급 물량도 43만2000회분(21만6000명분)으로 축소됐다.
화이자 백신 25만명분이 31일 추가로 들어오는 등 화이자·AZ백신의 계별개약 물량이 도입되고 있지만, 2분기 도입이 계획된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 백신의 구체적 공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직 변수다.
러시아 백신에 대해 부정적이던 유럽에서도 백신 부족과 관련해 스푸트니크V에 대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상 통화를 갖고 유럽연합(EU)이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사용등록하는 것과 이 백신의 공동 생산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약청(EMA) 승인만 떨어지면 이를 사용할 것이며 EU가 주문하지 않으면 독일이 독자적으로라도 이를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도 푸틴 대통령과 백신 조달 계획을 논의했다.
이탈리아도 스푸트니크V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외신들은 지난 8일 러시아가 스위스 제약사 '아딘 파르마 앤 바이오테크'와 스푸트니크V의 이탈리아 내 생산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EMA는 지난 4일부터 스푸트니크에 대한 신속 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국내 바이오업체 지엘라파의 자회사인 한국코러스에 의해 강원 춘천 공장에서 위탁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도입에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랜싯에 3상 임상이 실려서 믿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생겼다"며 "플랜 C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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