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선한 사회질서 창출
- 22-09-25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선한 사회질서 창출
우리 인간 사회에 윤리나 도덕은 물론 법마저 없던 시대에는 그야말로 힘이 지배하는 불법 사회였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민도(民度)가 점차 발달해 가면서 사회가 공동체로서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법이 제정되었고 그 법의 통제를 받으면서 사회가 안정을 찾게 되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법치사회에까지는 도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인류가 목표로 하고 지향하는 사회는 법치사회까지가 아니라 법을 넘어 윤리와 도덕적 질서사회로까지 도달하는 것이고 종교적, 특히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사랑의 인격사회로까지 올라가는 소위 하늘나라를 건설하는 지점까지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류사회가 보다 높은 질서 사회로 발전해가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한 개인이 그 질서 창출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전라북도 정읍 출신 나용균(1896~1984) 전 의원은 4,5,6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분입니다. 머리 두발부터 구두까지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이 단정하여 영국 신사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외모나 복장 뿐만 아니라 말과 행실이 언제나 일치하고 성실하여 많은 의원들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았습니다. 국회에서는 그의 언행이나 품격을 기리기 위해 그의 호 ‘백봉’(白峰)을 따서 백봉신사상까지 제정하여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국회에서 발언을 적게 하기로 유명하였습니다. 국회라는 곳이 원래 말이 생명인 곳인데 그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분이기도 합니다.
그는 그 당시 목소리 높여 고함지르고 거친 욕설을 퍼부으면서, 부드럽고 예의 바른 언사로 발언하는 의원들을 제압하던 의원들을 부끄럽게 하였고 완력과 폭력으로 국회를 마치 무술 도장화시키던 의원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국회의 격을 한층 높여 주었습니다. 그는 그가 속한 국회에서 남모르게 새로운 질서를 배양했던 것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망명생활중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 미국 가정집 청소로부터 귤 농장에서 귤 하나 하나 따고 나르는 일까지 얼마나 정직과 성실로 일관했던지 미국 사회가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한인사회에 새로운 정신을 주입시켜 진정한 애국운동으로 확산시켰던 것입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은 일제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 일본의 세력 확장과 번영을 보면서 잘못 판단하여 일제에 잠시 협조한 것을 깊이 뉘우치는 사람들을 몸시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자기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사람에게는 돌을 던지는게 아니야!” 그렇게 말한 인촌 선생은 그 말대로 실천하면서 너그러운 관용의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용서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나타내 주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손양원 목사님은 여수 순천반란사건 당시 그의 두 아들이 폭도들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하지만 손 목사님은 두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해줬을 뿐 아니라 그를 자신의 양자로 삼아 입양까지 하였습니다. 그러자 손 목사님의 따님 손동희씨는 강하게 반대하였습니다. “그를 용서하여 처형을 면하도록 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왜 양자로까지 삼으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손 목사님은 “용서해주는 것만으로는 안돼, 사랑까지 베풀어야 온전한 용서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예수님의 뜻이다.”
그 분은 참된 용서는 용서 위에 사랑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새 질서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물론 우리들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무수한 삶의 질서들을 잘 준수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삶의 현장에서, 가정에서든지 직장에서든지 사업장에서든지 작은 모범이라도 보이면서 새 질서의 창출자가 됨으로써 우리 주변을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선한 질서 사회로까지 변화시켜 가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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