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파월의 볼커 따라하기 통할까…'초강력 매파' 돌변한 사연
- 22-09-20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980년대 경제교본의 먼지를 털어내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돌변할 태세다. 경기 침체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파월, 잭슨홀 연설 통해 볼커 이미지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2명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준의 연례회의 잭슨홀미팅에서 원래 장문의 연설문을 폐기하고 이례적으로 짧고 단순한 메시지의 연설문으로 변경했다. 파월의 잭슨홀 연설 핵심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치러야 할 대가로서 침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1980년대 연준을 이끌었던 폴 볼커를 연상할 발언으로 금융시장은 화들짝 놀랐다. 파월 의장은 "일을 완수할 때까지 우리는 견뎌야만 한다(keep at it)"며 말했는데 이는 폴커의 2018년 자서전 제목 '인내(Keeping At It)'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 순간은 연준 의장으로서 가장 재빠른 태세전환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팬데믹 첫해 파월 의장은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2008년 금융위기에 펼쳤던 혁신적이고 기발한 정책공학을 모방했다. 그리고 이제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파월 의장은 1980년대 볼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올여름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며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은 한동안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구인난 속에서 주거비용부터 의료, 이발, 자동차수리와 같은 서비스 가격까지 올랐고 이는 연준은 물론 증시참여자들에게 일종의 '경종'을 울렸다고 WSJ는 평가했다.
◇"폴커 유산은 전술 아니라 용기"
올여름 시장은 연준이 폴커가 아니라 1970년대 연준을 이끌었던 아서 번스처럼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번스는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다가 실업과 침체우려에 너무 일찍 금리를 내려 버렸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시장에 번스가 아니라 폴커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신호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파월 의장은 올봄 기자회견에서 폴커의 유산은 전술이 아니라 "그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해낸 용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장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메시지를 받아 들였다. 뉴욕증시의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8월26일 이후 거의 7% 밀렸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07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리서치업체 TS롬바르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잭슨홀 연설에 대해 "십대였던 아들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를 배웠던 시기를 상기시켜 줬다"며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짧은 평서문(declarative sentence)를 사용했었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높게 올릴지는 불확실하다.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뿌리 내리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달 8일 "시간이 촉박하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록 대중이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 높은 인플레이션을 내재화하기 시작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우리의 책무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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