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별법' 협상채널 합의한 한-미…韓, 남은 과제는


IRA 시행 이후 외교채널 총동원…가까스로 협상테이블 마련

"국제통상규범 준수 강조하며 칩4 동맹, 주요국과 공조 활용"

 

이른바 '전기차 차별법'으로 불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대응을 위해 우리 정부의 외교통상채널이 총가동 중이다. 다행히 정부는 미 무역대표부(USTR)과 우리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에 대해 재논의 할 양국 간 협의채널 구축에 합의했다.


이제 관건은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 갈 히든카드로 무엇을 제시하느냐다. 일각에는 중국과 반도체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칩4 동맹' 참여를 요구한 상황 속 해당 사안을 포함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라면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양국 통상장관 회담을 갖고, IRA 발효에 따른 우리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채널 구축에 합의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발효한 IRA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보조금 차별법'으로 불린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 서명과 함께 법안이 발효된 지난달 17일부터 미국 내 신형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000달러 보조금을 주던 혜택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적용하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 중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에 대한 보조금 혜택은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이처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현재 시행에 들어가 사실상 미 측의 입장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내년 적용될 조건이다. 법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리튬·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이나 부품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40~50% 이상 충족해야 한다. 전기차 제조 시 쓰이는 광물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여기에 전기차 제조사별로 연간 20만대까지 묶어놓은 보조금 한도마저 풀었는데, 어디까지나 자국기업인 테슬라와 GM을 위한 혜택이다.


정부는 IRA 발효 후 전 외교적 채널을 가동해 미국에 입장을 전달했고, 다행히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채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날(8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한 뒤 이를 공식 발표했다.


안 본부장은 타이 대표와의 면담 직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협의를 할 수는 없었다"며 "USTR과 앞으로 협의를 이어가는 협의체를 합의하는 과정이었고, 실제로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협의하는 것들은 빠른 시일 내에 저희가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미국 정부도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갖고 논의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실질적인 대안을 갖고 계속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다. 최대한, 가능한 많은 대안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협상테이블로 안건을 가져가는데 성공한 만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우리 정부가 쥘 카드는 무엇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을 활용 가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 노동절(5일) 예정돼 있던 '칩4' 예비회의 일정이 돌연 연기되는 상황도 이 같은 인식에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참가국 간 일정 조율 등을 표면으로 내세웠지만 IRA와 관련한 한국 내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정부 당국자는 "두 협상은 관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태호 법모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IRA와 칩4 동맹이 직접 연결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협상테이블에서 포괄적으로 다뤄볼 수 있는 사안이기는 하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가령 서비스에 관한 것과 농산물분야를 교차협상 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칩4 동맹을 맺는데, IRA에서 우리나라에 너무 지나치게 불리한 제약을 부여하는 부분에 대해 국제통상규범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향후 협상과 관련해서는 "국가 간 무역협상이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는 면에서 볼 때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준 것"라며 "이번 협상에서는 우리가 더이상 줄 게 아니라 미국의 정책이 국제통상규범에 맞지 않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면서, 또 다른 여타 피해 국가들과 적극적인 공조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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