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황금길 걷나 싶더니 '통일교 게이트'에 휘청…장기집권 빨간불?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황금의 3년'을 확정짓나 싶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예상치 못한 역풍에 휘청이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이후 불거진 자민당 정치인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연루 문제와 전액 국비로 치르기로 한 고인의 장례 문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고물가와 코로나19 7차 유행 등 민생 이슈가 겹치면서 기시다 내각의 당혹감은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아베 피격 사망 이후 '통일교 게이트' 일파만파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신속하게 결정했다. 총격이 발생한 지 6일 뒤인 14일 기자회견에서 국장을 발표했고 같은달 22일에는 각의에서 국장 결정을 공식화했다. 자민당 내 보수파를 배려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알려지자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여론은 싸늘해져만 갔다. 총격범은 어머니가 헌금으로 가산을 탕진한 종교 단체인 옛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가 연관이 있다고 여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실제로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와의 밀접한 관계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아버지 아베 신타로에 이어 아베 전 총리까지 3대 걸쳐 이어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8일 자민당의 자체 조사 결과 통일교와 접점이 있던 국회의원은 모두 179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소속 의원인 381명의 절반이나 되는 수준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0일 각료 19명 가운데 14명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지만, 새로 임명된 각료들도 통일교와의 연관성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아사히신문의 지난달 29일 여론조사를 보면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7월 대비 무려 10%포인트(p) 떨어진 47%를 기록했다.

또 기시다 총리의 통일교 대응에 대한 긍정 응답 비율은 21%로 부정 응답(65%)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기시다 총리를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 중에서도 부정 응답률(48%)이 긍정 응답자 비율(37%)보다 높았다.

 

◇'통일교 연루' 아베 국장 162억원 든다고?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 관계에 국민들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만큼,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한 여론도 점점 나빠져만 가고 있다.  

7월19일 NHK 여론조사에서 국장에 대한 긍정 응답은 49%로 부정 응답(38%)보다 높았지만, 8월1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국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53.3%로 찬성하는 사람들(45.1%)보다 많아졌다.

8월11일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응답이 47.3%로 찬성 응답(30.5%)을 크게 추월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8월9일 실시한 조사에서 긍정 응답(49%)이 부정 응답(46%)을 웃돌았지만 지난 5일 같은 매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56%로 과반수를 넘었다. 긍정적인 응답은 38%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국장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국장 비용으로 정부가 약 162억원의 지출을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NHK방송에 따르면 식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국장에 파견되는 경찰 인력 비용 8억엔, 국장에 참석하는 외국 인사들을 위한 차량 지원 등의 비용 6억엔, 자위대 의장대가 사용하는 차량 대여 비용 1000만엔 등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왜 그렇게 세금 많이 들여야 하나? 의문의 목소리

기시다 총리는 8일 국장을 실시할 근거로 △헌정 사상 최장 재임 기간(8년8개월) △내정이나 외교의 큰 실적 △국제 사회의 높은 평가 △피격 사망에 대한 국내외의 애도의 뜻 4가지를 뽑았다.

하지만 비판의 여지가 많다. 정치 저널리스트 아즈미 아키코는 야후재팬 기고글에서 "정권이 장기화된 건 야당이 약한 게 주요 원인이며, 실적과 국제사회 평가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더 우세하다"며 "마지막 사유는 구체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의 장례도 국장이 아닌 국민장으로 치러졌다는 점도 언급됐다.

아즈미는 외국 조문객 접대 비용이 높게 설정된 것과 관련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주요국 원수도 참석하지 않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도 불참한다"며 과한 비용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고물가·코로나 7차유행도 겹쳐

고물가 문제도 기시다 총리의 버거운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물가 변동을 고려한 1인당 실질 임금이 전년동월 대비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실질임금은 가계의 구매력을 반영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임금 인상 속도가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가계 구매력이 떨어지면 경기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7차 유행도 겹쳤다. 지난 7월에는 신규 확진자가 20만명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백신 4차 접종자인 기시다 총리 본인도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생활을 했다. 지금은 확진자 수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사망자 수는 200명대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여러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듣는 힘'을 앞세워 최대한 입장을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들은 뒤에 어떻게 결단하고 행동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지적했다. 하시모토 고로 요미우리신문 특별편집위원은 기시다 총리가 실행력을 처음 보여준 게 국장 결정과 조기 개각이었는데 둘 다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장기 집권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니구치 마사키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교수는 FNN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는 총재선거와 총선거, 참의원선거를 이길 때까지 실수를 안 하는 게 최선이었다"며 "이른바 허니문 기간은 3개월, 즉 100일이라 하는데 기시다 총리에겐 그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었다. 그게 끝나고 여기서부터 고비"라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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