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 후유증과 극단적 선택·우울증 상관 관계 대두
- 22-09-08
컨디션 저하로 인한 심리 위축인지, 바이러스가 뇌에서 질환 일으키는지 불분명
코로나19 감염의 장기 후유증 '롱코비드'와 극단적 선택·우울증·불안 증세 간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8일 로이터 통신이 집중 보도했다.
코로나 감염 증상 장기화로 컨디션이 저하돼 정신적·심리적 질병을 야기하는 건지, 혹은 코로나바이러스 자체가 뇌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건지 밝혀낼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롱코비드는 탈진과 인지장애부터 통증, 발열, 심장 두근거림에 이르기까지 200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 진단이 어려운 복잡한 의학적 질환으로 정의된다.
아직 롱코비드 환자들 사이의 자살 빈도에 대해 이뤄진 권위 있는 자료는 없지만, 팬데믹이 3년차에 접어드는 동안 코로나 감염 후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거나 심할 경우 극단 선택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이에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영국 데이터 수집 기관 등 여러 단체의 전문가들은 롱코비드 환자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극단 선택 시도가 증가하고 실제 사망에 이르는 사례들을 수집, 잠재적인 연관성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 마운트시나이 보건시스템 소속 정신과 전문의 레오 셔는 "코로나가 극단 선택 시도나 계획, 실제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단지 아직 역학적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롱코비드 환자들을 대변하는 단체 서바이버군단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약 200명의 환자 중 44%가 극단 선택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로이터는 시애틀 보건데이터업체 트루베타에 관련 분석(2020년 5월~2022년 7월 사이 감염자 130만여 명, 롱코비드 진단자 1만9000여 명 등)을 의뢰한 결과, 롱코비드 환자는 단기 환자에 비해 최초 진단 후 90일 이내 항우울제 처방을 받을 확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이 집중하는 질문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어떠한 감염을 일으켜 정신 질환을 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감염으로 인한 신체 능력 또는 기능의 상실이나 저하, 경제 사정 악화가 환자들을 극단 선택의 벼랑으로 내몬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롱코비드 환자와 그 가족, 질병 전문가 수십 명을 인터뷰한 결과 희망과 돈이 사라지는 점을 호소한 환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고인이 된 스콧 테일러(56)는 2020년 봄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약 18개월 만에 집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장기간 병을 앓으며 건강과 기억력을 잃고 경제적 곤궁까지 겪어야 했다.
그가 친구에게 남긴 유서에는 롱코비드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는 너무 지치고, 아프고, 피곤하고, 빨래만 해도 척추가 위아래로 다 아프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구토와 설사가 계속된다"고 했다.
워싱턴대 건강지표평가연구소(IHME)에 따르면 롱코비드 환자의 약 15%는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증상을 호소하는데, 여기에 입증된 치료법이 없다.
닉 구테는 부인 하이디 페러(50)를 작년 5월 잃었다. 페러 역시 1년 넘게 이어진 롱코비드로 고생하다 나중엔 걷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는 극심한 고통 속 극단 선택을 했다고 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노동전문가 케이티 바흐는 지난 7월 의회에 출석해 롱코비드로 인해 실직한 미국인은 약 450만 명으로, 전체 노동시장의 약 2.4%나 된다고 말했다.
리차드 갤러거 뉴욕대 아동정신의학과 부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극단 선택을 생각하고 시도하거나 실제 실행에 이르기 쉽다는 것뿐"이라면서도 "코로나가 비교적 가벼운 질병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뇌에 자살·우울증 관련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독성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일부는 염증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영국 정부고문으로도 활동하는 루이스 애플비 맨체스터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장애를 일으키는 건강상태는 자살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어 롱코비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과 스페인에서는 롱코비드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또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인 근육성 뇌수막염과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 사이에서 자살 위험이 일반 인구에 비해 6배 높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도 있다.
NIH가 진행 중인 롱코비드와 불안·우울증 간 상관관계 관련 연구의 초기 결과는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살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일 걸릴 것 같다고 스튜어트 카츠 수석연구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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