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한국계 미국인 이규성, 칼라일 떠난 진짜 속사정

"인생 너무 짧다." (Life's too short)

미국의 거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을 이끌던 한국계 미국인 이규성 전 최고경영자(CEO, 56)가 이달 초 70대 공동 창업주들에게 내뱉은 일성이다. 이틀 후 이 씨는 돌연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칼라일그룹의 주가는 6% 넘게 급락하며 시가총액 20억달러가 증발했다.

이를 놓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창업주들의 복수: 월가의 세대갈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씨가 물러나게 된 내막을 집중 조명했다. NYT는 이 씨가 칼라일그룹을 운영하는 방식을 놓고 창업주들과의 불화로 갑자기 사임했다고 전했다.

사모펀드의 알력다툼은 미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회사에 고용된 미국 근로자는 1200만명에 달해 전체 노동인구의 7%를 차지한다. 정치적 영향력도 크다. 사모펀드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사모펀드 경영자들에 대한 세금혜택을 줄이기 위한 조항을 삭제하도록 의원들을 압박했다.

칼라일 그룹은 1987년 윌리엄 콘웨이,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대니얼 다니엘로가 공동 설립했고 방위산업 분야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그리고 칼라일그룹은 회사 중심을 다음 세대로 넘겨 주기 위한 조치를 시작했고 이 씨는 이러한 세대 전환의 일환이었다.

이 씨가 돌연 CEO에서 사임하면서 사모펀드의 창업 1세대가 젊은 지도자에게 권한과 자율성을 완전히 넘기지 않고 여전히 제약을 가하는 현실이 재확인된 셈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 씨가 연금 펀드 등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오랜 경영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며 불화가 커졌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씨는 이들의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수백만달러의 보수를 지급하는데 반대해 몇 사람이 회사를 떠났다.

또 이씨와 일부 경영진들은 루벤스타인 창업자의 가족회사가 개인자금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직원들이 이익충돌로 방해를 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NYT는 쩐헀다.

그리고 지난 6월 이 씨는 뉴욕 맨해튼에서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주최로 열린 저녁 모임에 참석해 과거 창업주들의 회사경영 방식을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최고 수준이었던 칼라일이 너무 신중하고 느려서 뒤쳐졌다고 이 씨는 개탄했다고 NYT는 전했다. 또 이 씨는 루벤스타인이 칼라일을 상징하는 얼굴처럼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씨는 칼라일그룹의 다른 이사들과 친분이 막역한 창업주들과 달리 상대적 아웃사이더(외부인)이었다. 이 씨의 비전은 칼라일그룹을 구식의 매수합병(바이아웃) 전문회사에서 벗어난 변화를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이 씨는 칼라일그룹의 투자 영역을 보험, 대출, 민간기술 투자 등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결과는 상당했지만 업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칼라일의 현재 운용자산은 3760억달러로 2017년 말에 비해 93% 늘었다. 하지만 다른 경쟁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KKR이 같은 기간 불린 운용자산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또 칼라일 주가는 2017년 말 이후 2022년 7월 말까지 70% 올랐는데 KKR와 블랙스톤보다 상승률이 뒤처진다.

뉴욕주 올버니 출생의 이 씨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부모님 슬하에서 미국, 한국, 싱가포르를 오가며 자랐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잠깐 일하다가 다른 거대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에 합류했다.

워버그핀커스에서 20년 넘게 몸 담았던 이 씨는 2013년 칼라일로 넘어가 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주들을 대신했다. 2017년 이 씨는 글렌 영킨과 함께 공동 CEO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창업주들은 이 씨에 대해 "결단력 있는 지도자이자 성공적인 투자자"라며 "전략적 사업건설자이며 창의적인 문제해결사"라고 극찬했다. 3년 후 영킨이 버지니아주 주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씨가 단독 CEO 자리를 맡게 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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