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만 500만원 더 들어"…환율 급등에 '유학 포기·유예' 속출
- 22-08-30
'등록유예' 후 내년 기약…유학생들 "외식 대신 컵라면"
학부모들 "매일 환율 보면서 송금시기 고민"…유학계획 전면수정도
"아쉬워도 어쩌겠어요. 미국 대학에 진학 후 편입을 하려고 했는데, 일년 더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합니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대학교에 합격한 A씨(20·여)는 대학교에 등록 유예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초 A씨는 미국 대학에 진학한 후 다른 대학교로 편입할 예정이었으나, 고환율로 등록금 부담이 너무 커 입시계획을 변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9일 한때 1350원을 돌파하며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10% 이상 급등한 것이다.
◇ 유학비용 1년에 1500만원 더 들어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환율 급등으로 입학금을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비와 체류비 등이 부담스러워 유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환율 변동이 적은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로 어학연수 국가를 변경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당장 유학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유학생 중 일부는 취업과 연계된 인턴십을 하거나 잠시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B씨는(30) "인턴십에 합격해 달러로 월급을 받아 (저는) 경제적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부모님의 지원이 끊겨 논문을 쓰다가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군복무를 사유로 휴학을 신청하는 후배들도 최근 여럿 있었다. 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C씨(30·여)도 학비 때문에 유학 중도 포기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C씨는 유학을 오기 위해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유학비를 벌어뒀지만, 고물가 여파로 모아둔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고 했다.
C씨는 "당장 다음달 말, 다다음달 말 학비를 분납해서 내야 하는데 지금 환율로 보면 1년 학비가 500만원 넘게 오르는 셈이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까지 계산하면 지난해보다 1500만원은 더 드는 것 같다"며 "학교를 다니면서는 간단한 아르바이트밖에 할 수 없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의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현지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해외로 돈을 송금하는 학부모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8.5%를 기록하면서 식비, 교통비 등 생활비도 크게 뛰어올랐다.
◇ "언제 송금해야 하나"…학부모들도 '눈치 작전'
고등학생 딸을 유학 보낸 직장인 D씨(55)도 "환율 변동을 확인해서 조금이라도 떨어졌을 때 돈을 보내려고 하고 있다"며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학비를 지금 다 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환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나중에 나눠서 내는 게 좋은지가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은 그대로인데 대출이자는 계속 올라서 한국에서 보내줄 수 있는 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차라리 '워킹홀리데이로 해외에 나가서 (달러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나'는 생각도 요즘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에서 2년째 유학 중인 E씨(29·여)도 "크리스마스 쯤에는 항상 가족들을 보러 한국에 가는데 올해는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환율 때문에 생활비를 줄이려고 밥은 집에 쌓아둔 컵라면으로 해결한다. 고물가 여파로 '팁'이 두배로 뛰어서 외식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F씨(26)도 사정은 비슷했다. F씨는 "한 달에 방값만 200만원, 생활비만 150만원 체류비만 350만원이 든다"며 "2~3년 전보다 물가가 크게 올랐다. 집주인이 지금보다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 여파가 최소 1년 이상 갈 것"이라며 "어쩌면 일시적으로 1450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금리를 인상하고, 외국 자본을 확보해 전반적인 국내 경제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며 "통화 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끝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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