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 꺾지 않은 美 파월…금리 역전 가시화, 환율 버틸까
- 22-08-27
파월, 잭슨홀서 '물가안정' 거듭 강조…"제약적 기조 유지"
韓 '베이비스텝' 美 '빅~자이언트'…"달러 쏠림 커질 수도"
"물가 안정을 되찾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우리가 가진 수단을 강력하게(forcefully) 써야 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잭슨홀 연설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이어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물가를 잡으려면 고금리, 경기 둔화 등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혹여나 물가를 잡지 못하면 더욱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당장 다음 달 말부터 한·미 정책 금리는 역전이 불가피해졌다. 이달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달러·원 환율이 추가 변동을 겪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물가 안정 없는 경제는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한다"며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번 잭슨홀 연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미 연준의 향후 금리 향방과 관련한 중요 시그널이 될 수 있는 이벤트로 해석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기존보단 완화된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도 내놨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 6월 9.1%였던 미 물가 상승률이 7월에 8.5%로 낮아지며 '피크 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 가운데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그는 "높아진 금리와 성장 둔화, 느슨해진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안길 것"이라며 "이는 인플레를 줄이기 위해 드는 불운한 비용이지만 물가 안정을 되찾지 못한다면 훨씬 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리 인상에는) 멈출 곳도, 쉬어 갈 곳도 없다(not a place to stop or pause)"고 했다.
파월 의장의 예고대로 금리 인상이 기존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2.25~2.50%인 미 기준금리는 오는 9월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p) 또는 0.75%p 오를 수 있다. 연준은 앞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두 차례 연속으로 단행한 상태다.
이 경우 한미 금리는 다시 역전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25%에서 2.50%로 0.25%p 높였다. 이로써 한미 금리는 동일 선상에 놓였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한다는 가정 아래 나타나는 금리차도 상당 폭일 전망이다. 9월 말 기준 한국 2.50%, 미국 3.00~3.25%로 격차가 0.75%p에 달하게 된다.
다음 달에는 한은이 금리 결정 회의를 열지 않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이 같은 금리 격차를 오는 10월·11월에 좁힐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이 9월 자이언트 또는 빅 스텝을 단행한 뒤 11·12월 FOMC에도 각각 0.25%p씩 금리를 높인다면 한은의 추격에도 연말 금리차는 다시 0.75%p로 벌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금리 역전이 원화 가치의 절하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내린 13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고점을 갈아치운 지난 23일(1345.5원)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수준이다.
미국이 금리를 지속 인상하는 데다가 주요국 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가시질 않으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원화 약세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파월이 이번 연설에서도 매파적 금리 인상 기조를 강조한 터라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인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직전 금통위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당분간 0.25%p씩 올리겠다는 '베이비 스텝' 기조를 시사했다.
이는 급격한 시장 쏠림이나 변동이 없는 한, 한은이 금리 격차를 무리해서 단숨에 좁히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어느 정도까지는 한미 금리 역전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18~2020년에도 발생한 금리 역전이 당시에 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던 점과, 1997년·2008년 등 과거 위기 때와 달리 한국이 순채권국이라는 점 등에서 환율 상승 자체보다는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더 걱정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위기 관리가 1997년이나 2008년 같은 상황이라는 건 아니다"면서 "공연히 우리 스스로를 너무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위험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뭐가 위험한지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용인할 수 있는 한미 금리차 범위는 '1%p 내외'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등) 우려가 실현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과거 금리차가 크게 벌어졌을 떼 1%p를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에 너무 격차가 커지지 않는 정도로 모니터링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최근 환율에 대한 경각심은 정부 당국 내에서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환율 변동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6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대외 여건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외환시장 심리의 일방향 쏠림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에 쏠림이 발생하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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