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백신으론 안돼"…美, 근본적으로 더 나은 차세대 백신 개발 '총력'
- 22-08-11
"mRNA 백신 확실히 유연성 높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진화 못 따라가"
올 가을 미국에서 최초의 코로나19 개량 백신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와 별개로 근본적으로 더 나은 차세대 백신 개발 논의가 한창이라고 11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현존 최신 기술을 사용한 최초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임에도, 코로나바이러스의 빠른 진화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백신 내구성 문제가 처음 제기된 건 올해 4월 미국 보건 자문위원들간 회의에서다. 현존 백신으로 계속 부스팅(추가 접종)을 하는 게 적절한 전략이냐는 논의 중에 나왔다.
백신은 중증과 입원 및 사망 예방에는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감염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현재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 중인 BA.4와 BA.5 맞춤형 개량 백신은 오리지널 백신보다 그다지 더 나을 게 없는 것으로 시험 결과 나타났다고 코넬의대 존 무어 교수는 말했다. 그는 "조합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이점은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개량 백신이 오리지널 백신보다 두 하위변이와 싸울 항체를 더 많이 생성하긴 했다.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마요클리닉 백신연구팀 그렉 폴랜드 대표는 "개량백신이 준비되는 9월 말이면 이미 새 변이주들로 대체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보건부의 린 바타는 "우리는 더 나은 백신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동원해 더 나은 무언가, 경증이든 중증이든 모든 악영향을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기존 어떤 기술보다도 유연성 높은 mRNA 플랫폼을 이용해도 새롭게 진화하는 변이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며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면 '범(汎)코로나 백신은 어떻겠느냐'고."
◇모든 코로나 변이 잡는 원샷 백신
오리지널 코로나 백신은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코로나(코로나19)의 유전 물질에 기반한 백신이다. 중증과 입원을 막아준다는 사실은 입증됐지만, 요즘 나오는 변이와는 너무 달라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미국 제약사들이 오미크론에 특화한 개량 백신 개발 연구를 진행하던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6월 아예 BA.4와 BA.5에 특화된 백신 개량을 요청하고 접종 시점을 올가을로 못박았다. 화이자가 만든 백신 후보 물질은 BA.4와 BA.5 무력화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사들의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더나는 잠재적으로 더 높은 효능과 더 긴 내구성, 더 늘어난 유통기한 등의 조건을 갖춘 차세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개발 단계는 '이미 임상시험 중'인 수준이라고 한다.
화이자 역시 신기술을 사용한 내구성 높은 백신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고 마이클 돌스텐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가 블룸버그에 밝혔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대표(CEO)는 "치밀하게 보호되는 기술인 이른바 '비밀 소스(secret sauce)'를 사용해 1년간 보호효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주사를 맞은 뒤 면역력이 저하되는 부분이 우리가 고치려 노력 중인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새 백신은 '변이 측면에서도 더 넓은 커버력'을 가질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화이자의 개발 단계는 '7월 말 원샷 백신 시험을 개시'한 수준이라고 한다.
어떤 기술이 사용될까. 세부사항은 부족하지만 새 백신은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우선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갈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복제에 '최적화되고 정제된 접근법'이 첫 번째 변화다. 백신은 세포에 이 단백질 생성을 유도하는데, 이 단백질에서 자꾸만 백신을 회피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감염 예방에 중요한 면역 반응 중 하나인 티(T) 세포 반응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돌스텐 화이자 CSO는 관련해 "더 많은 구성요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새 백신의 특징 설명 관련해 말을 아꼈다고 매체는 전했다.
제약사의 노력만으른 부족하다. 애초에 코로나19 백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약사에 개발을 재촉해 만들어진 '민·관 합작품'이다.
무어 코넬의대 교수는 "(첫 개발 때) 시스템을 빠르게 작동시켰던 것과 같은 업데이트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버트 칼리프 미 식품의약청(FDA) 청장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과학계와 국립보건원, 제약사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권장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연방 자금 지원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세대 백신 개발과 관련해 칼리프 청장은 "더 나은 백신이 개발될 수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며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불어 새로운 형태의 범코로나 백신 개발에도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파우치 박사는 설명했다. 코 점막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백신이 그런 예다.
◇새 백신 개발 별개로 '지속 접종' 중요
정부와 학계, 업계 차원에선 새 백신 개발에 집중하더라도, 대중적으로는 지속적인 접종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이 중증과 입원에 상당한 예방 효과를 제공하고, 부스터샷은 고령층과 면역력저하자에게 추가적인 보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80세 이상 고령자가 4차 접종을 받은 뒤 처음 두 달간 3차 접종자에 비해 71%의 추가적인 사망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예방 효과는 그로부터 몇 주가 더 지나자 54%로 감소했다.
파우치 박사는 "올가을 나올 BA.4와 BA.5 특화 백신은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병원을 안 가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미접종자와 부스터샷 미접종자는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입원·사망률을 보이고 있다며 일반 국민의 추가 접종을 재차 당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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