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좋은 시-김순영] 광란의 폭풍

김순영(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광란의 폭풍


예고 없이 불어 닥친 광풍

어느 곳도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세상이 미궁 속으로 침물해


빛나던 태양마저 힘없이 굴절하니

시름시름 지구가 중병에 걸려

뿔뿔이 흩어지게 채찍으로 다스리니


살아도 죽은 듯이 목석처럼 굳어지고

좋았던 시절 희미한 추억인양 맴돌고

사랑하는 가족조차도 생이별이라니


인간의 본질을 망가뜨리는 광기

속수무책 힘을 잃고 가쁜 숨을 쉰다

흑암의 잔인한 날개는 날카롭다


어쩌다가 암울한 세상에서 겪는

고통의 해일 속으로 침몰할 때

난파선이 폭풍 속에 절규한다


언젠가!

흑암의 광풍이 묶임을 당하리라.


<해 설>

코로나 대유행병이 중단 없이 세상을 혼란시키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화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광란의 폭풍”으로 묘사한다. 태양이 힘을 잃고 지구가 중병을 앓는다고 한다. 

주목되는 점은 작가는 이 역병의 이미지를 광기의 날개로 그리고 세상을 난파선으로 형상화 하여 그 파괴력을 극대화 하면서도 그러나 언젠가 그 폭풍도 묶임을 당하리라고 천명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대유행병의 절망적 상황에서도 그것은 극복되리라는 소망이 시적 모티프로 구축되어 독자들에게 강한 투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정신을 지녔다고 평가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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