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꼭 지금이어야 했나"…서방 언론도 날선 비난

英가디언 "펠로시 대만 방문은 '도발', 미중 충돌 가속화"

 

유럽 대륙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지난 2일부터 1박 2일간 이뤄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중국은 미국 의전상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으로 간주,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대만을 포위한 군사훈련을 예고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충돌이 언젠가는 불가피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있어 펠로시의 '도발'은 그 시한을 가속화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민주주의 자들은 전체주의에 대적하는 펠로시에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평화도 유지해줄 수 있길 기도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中 "불장난 말라" vs. 美 "겁먹지 않을 것"

 

지난달 18일 전후 외신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등 아시아 순방 계획이 흘러나오면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술렁였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지난 4월 한차례 준비됐다가 그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불발된 바 있다.

정확히 열흘 뒤 이뤄진 미·중 정상 통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불장난하면 화상 입는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불장난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풀이돼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됐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금은 좋은 시점이 아니다'라는 군의 판단을 알고 있었지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펠로시 의장의 계획을 간섭할 수도 없던 입장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 "중국 공산당이 대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인 전쟁을 벌이면서 무고한 사람들, 심지어 어린이까지 죽이는데 미국과 동맹이 독재자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톈안먼 사태 2년 뒤에도 방중해 비난 목소리를 내온 그에게 있어 '민주주의 수호'는 오랜 신념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마지막까지 확인해주지 않으면서도, "펠로시 의장은 다른 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원하면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중국의 선동적 언사에 겁먹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대만을 포위한 군사훈련을 예정하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왜 하필 지금…선거 속셈은 아닌가"

그러나 '왜 하필 지금인가' 라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 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Defense Priorities)의 라일 골드스타인 아시아 담당국장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이러식의 정치적 곡예는 그 자체로 전쟁을 초래하진 않겠지만, 불특정한 미래 어느 시점의 국가적·전세계적 재앙으로 몽유병자처럼 걸어가는 슬픈 과정을 앞당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건 대만의 주권 유지를 위한 최선의 접근법"이라고 조언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을 "완전히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하다"고 표현했다. 이는 특히 백악관이 중국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말도록 협상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라고 가디언은 부연했다.

가디언은 "미국 민주주의가 내부적으로 흔들리는데, 외부를 향해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만큼 주요 정당을 결집시키기 좋은 건 없다"고도 짚었다. 또 "펠로시 의장에게는 선거 산술일 수도 있다"고 봤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어 하원의장 자리는 공화당에 넘어갈 공산이 크고, 이 경우 82세의 펠로시 의장은 정계 은퇴가 예상되기도 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국장은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이 예상되는 연말 공산당 대회까지, 그리고 미국이 대만 관련 정책을 분명히 한 뒤까지는 기다렸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의 대만 정책은 균형추가 흔들려, 전략적 모호성이 깨졌다는 지적이 나온 터다.

글레이저 국장은 "미국의 정책이 일관되고 명확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지금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하나의 중국 정책 인정이라는 미국의 약속에 대해 신뢰를 잃고 있고, 미국이 언사와 행동 사이에 간극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하면서도, 대만 관계법을 통해 대만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지속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이 같은 균형추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더 기울면서, 모호성이 깨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다만 공화당은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상원의원 26명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펠로시 의장 이전에 대만을 방문한 미 최고위급 인사였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 소속, 1997년 방문)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한 번 공개됐으니, 가야만 했다"고 두둔했다.

그는 "가지 않으면 시진핑에게 우리를 괴롭혀도 된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며 "펠로시 의장은 선택권이 없었고, 이런 현실에 바이든 정부가 혼란스러워하는 게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