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까지 빙 돌아갔다…남중국해 中 군사시설 우회

中,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3곳 군사요새화…지난주부터 실탄 훈련 실시 중

25년 만에 대만 찾은 '美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vs. 그때와 다른 中 위상

"미중 관계 1972년 닉슨 방중 이후 '최악'"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2일(현지시간) 결국 대만을 방문한 가운데, 출발지 말레이시아에서 대만까지 빙 돌아간 그의 항로가 주목받고 있다.

일반 여객기 직항편처럼 직접 남중국해를 가로질러 비행할 수 있었지만, 중국이 인공섬과 군사시설을 건설한 이곳을 우회해 7시간 비행 끝에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스트레이트타임즈와 블룸버그통신, 항공기 위치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 24'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미군 항공기(SPAR19)는 말레이시아에서 이륙 후 남동쪽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을 비행한 뒤 다시 북쪽으로 선회, 필리핀을 거쳐 대만해협으로 향했다.

대만은 말레이시아 북동쪽에 위치, 북동쪽으로 바로 향할 수도 있었지만, 이처럼 빙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통해 중국이 인공섬과 군사기지를 설치, 요새화해온 남중국해를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 News1 DB


남중국해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필리핀, 대만 사이에 위치해 있다.

남중국해에는 약 70여 개의 암초로 이뤄진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베트남명 쯔엉사 등)가 있다. 중국과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이 영유권 문제를 두고 다투는 분쟁지역이다.

중국은 이곳에 암초를 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공섬을 건설, 3곳을 군사요새화해 운용 중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주부터 실탄 사격 등 각종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4일에는 대만 일대를 에워싸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으로 향한 여정은 이번 방문에 얼마나 깊은 주의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의 메이아 누웬스 중국 군사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비행경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스페래틀리에 건설한 3대 인공섬에 상주 군사 시설과 무기를 갖추고 있어 우려됐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무력충돌까지 불사하며 반발했지만 결국 펠로시 의장을 태운 항공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이륙 7시간 만인 2일 오후 10시43분(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이로써 펠로시 의장은 1997년 공화당 뉴트 깅 그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인사가 됐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권력 서열 3위의 중직이다.

미 권력 서열 3위가 중국의 반발 속 대만을 찾는 일이 25년 만에 데자뷔처럼 반복됐지만, 중국의 국력과 경제력이 그 사이에 달라졌다는 게 더 큰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의 획기적인 방중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악화한 것 같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은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백악관과 국무부 등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은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으로 '현상 유지(status quo)'라는 대만 정책이 바뀐 건 아니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5년 애쉬 카터 당시 미 국방장관은 중국을 겨냥, "미국은 국제법상 허용되는 전 세계 어디든 비행하고 항해하하며 작전을 펼칠 것이고 남중국해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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