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무기, 美·동맹 '중대이익' 수호 위해 극단 상황서만 사용 검토"
- 22-08-02
블링컨, 제10차 NPT 평가회의 연설…"비보유국 상대로 핵사용·위협 안할 것"
연설서 북한·이란 핵 프로그램 언급…"北 7차 핵실험 준비 등 도발 지속"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자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의 중대한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 참석, 연설을 통해 "우리는 NPT의 당사국이자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非)핵무기 보유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전 NPT 평가회의의 최종 문서에 포함된 약속을 가능한 한 최대의 범위에서 지속해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의 중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무모하고 위험한 핵 무력 위협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핵보유국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세계에는 강요와 협력, 공갈에 기반한 핵 억지력이 설 자리는 없다. 우리는 이것을 거부하는데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NPT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긴장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우리가 모인 것"이라며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을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선 북한에 대해 "북한은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역내에서 지속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가 오늘 모인 가운데,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잇따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바짝 끌어올린 데 이어 현재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추가 핵실험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결정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건 2017년 9월이었다. 이듬해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등 남북미 대화 기조 속에 김 총비서는 2018년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멈춰선 대화가 2021년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진전을 보이지 않자 올해 들어 ICBM을 발사하면서 스스로 내걸었던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영국, 프랑스, 북아일랜드는 이날 공동 장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에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에 모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 관련 활동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란을 향해 "이란은 3월 이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상호 준수하기 위한 복귀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 긴장고조의 길 위에 남아 있다"면서 "이란은 그 목표를 꼭 달성하기 위한 합의 수용을 원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핵합의에 복귀하는 것은 미국과 이란, 세계를 위한 최선의 결과"라고 호소했다.
핵합의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맺은 합의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일방 탈퇴한 바 있다. 이에 이란도 우라늄 농축 순도를 상향했다.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된 JCPOA 복원 협상이 1년여 진행 끝에 결렬되고 현시점에서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순도를 재차 상향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을 지적하고, 동맹 및 파트너의 '중대한 이익'을 수호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북한과 이란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비확산과 군축,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 등 전 세계 핵 위협 감소를 위해 중국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 보유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진으로 격리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 게재 성명을 통해 중국의 핵무기 억제협상 참여를 촉구하는 한편, 러시아에 2026년 만료 예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을 대체할 새로운 핵무기 통제 프레임워크를 신속히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NPT 재검토회의는 원칙상 5년마다 개최되지만,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7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약 190개 국가 및 지역 정부 대표가 참석, 이날부터 내달 26일까지 이어진다.
매 회의에서는 △핵군축 △핵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3가지 항목을 협의한 뒤 향후 방침을 담은 최종 문서 채택을 목표로 한다. 직전 회의였던 2015년 회의에서는 중동 비핵화 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해 회의가 결렬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영국, 호주 간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협정에 따라 호주가 핵잠수함을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저는 이 잠수함이 핵무장이 아닌 다른 나라들도 보유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이 될 것이며, 이 잠수함은 NPT에 따른 최고의 안전 및 비확산 기준을 준수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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