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소희]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김소희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엄마 손에 끌려 바다에 흘러온 아이들

밤바다 위,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파도

처음부터 둥지 같은 건 없던 바다에

새 한 마리 눈앞에서 사라져

어디로 갔는지

 

꿈마저 다 파먹은 아이들

먼지 날리는 길가, 빈 깡통을 두드리며 부르는 검은 노랫소리

차창 밖으로 동전이 빛나는 영혼처럼 던져지지

맨발을 옮길 때마다 딸랑거리는 영혼에게

어디서 길이 끝나는지

 

꼼짝없이 묶여 있던 여름도 꽃을 피우지

떠나온 땅처럼 무너진 얼굴로 가득 찬 국경에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들

 

모르는 꽃에 함부로 색을 칠하듯

아무 꽃말이나 지어 붙이고

아무도 관심 없는 너의 이름 대신

가벼운 마음으로 무거운 이름을 붙이곤 하지

 

신겨보지도 못한 신발의 주인과

거울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얼굴을 보고 싶어

어린 새는 어디로 갔는지

맨발의 흙길은 어디서 끝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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