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독일 가스공급 재개? 중단?…푸틴, 유럽 경제 숨통 조인다

'노드스트림1 재개할 건데 터빈 하나 고장'…가스 공급 축소 '구실' 만드는 푸틴

독일은 일단 신중한 반응…"내주쯤 돼야 정상화 여부 확인할 수 있어"

 

"가스프롬(러시아 천연가스 수출 담당 국영기업)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터빈 하나가 고장나서 가스 공급량은 줄어들 수 있다."

유럽 전역 초미의 관심사가 된 노드스트림1 가동 재개 예정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9일(현지시간) '자존심 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적 밝힌 설명이다.  

노드스트림1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송유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매년 550입방미터(㎥)의 러산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했다. 러측은 지난 11일 '유지보수'를 이유로 열흘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러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물론 유럽 전체 경제가 휘청이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현실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당사자인 푸틴 대통령은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유럽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이 장비 수리를 핑계로 가스 공급량 감소를 경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대 피해국인 독일은 "다음 주는 돼야 알 수 있다"며 짐짓 침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푸틴 "터빈 하나 더 고장…26일 추가 정비" 

이란을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현지에서 '노드스트림1이 오는 21일 예정대로 정상 가동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가스 펌핑유닛 5개 중 1개가 더 고장났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기계 2개가 돌아가고 있다. 매일 6000만 입방미터를 펌핑한다…하나가 안 돌아오면 다른 하나만 돌아가 3000만 입방미터가 된다"면서 "가스펌핑 터빈 하나가 더 유지보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26일까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례 유지보수에 들어가기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노드스트림1 가스수송량을 기존의 절반 이상인 40%로 줄였다. 지멘스에너지가 터빈을 캐나다에서 정비 중이었는데, 제재로 장비 반환이 막혔다는 핑계를 들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전날(18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캐나다가 수리를 마친 노드스트림1 터빈을 지난 17일 항공편으로 독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해당 터빈이 유지보수 마감 예정일인 21일까지 재설치될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해당 터빈의 행방에 대해 독일 관계부처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독일 경제부 대변인이 "그 터빈은 9월부터 사용하기로 했던 대체 부품이다"라고 말한 점에 로이터는 주목했다. 해당 터빈의 부재는 이번 유지보수 전 가스공급량을 60%나 줄인 '진짜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속내는 에너지 무기화?…서방 비웃는 푸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가스프롬은 (독일과의 공급계약)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가스 공급 '몽니'로 에너지 무기화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녹색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서방국가들의 전략을 조롱했다. 유럽 국가가 의존해온 화석연료 상당부분이 러시아산이다. 유럽이 에너지 전환 이니셔티브를 주도해온 데에는 대러 에너지 의존도 감소라는 전략적 판단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비전통적 관계 영역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이다. 에너지에서도 비전통적 에너지에 의존하기로 결정했다. 태양과 바람 같은 것"이라며 "그들은 자기들 스스로 모든 것을 폐쇄하고 있으면서 비난을 돌릴 누군가를 찾고 있다. '웃픈' 일(슬프지 않다고 하면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스스로 폐쇄한 모든 것'은 화석연료 등 전통적인 에너지 발전이겠지만, 중의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로도 볼 수 있다. 유럽은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출을 줄인다는 제재를 발표했는데, 이에 푸틴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에 석유보다 더 의존해온 가스 공급을 끊으며 반격한 측면이 있다.

◇애써 침착한 독일…"다음 주 초쯤 돼야 판단 가능"

독일은 애써 침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노드스트림1 관련 독일 측 한 관계자는 "연결선 공사가 21일 끝날 예정이지만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재개했는지 중단했는지는 최소 다음 주, 25일쯤 돼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수리를 마치고 독일로 보내졌다는 터빈에 대해 독일 정부 관계자는 "다시 설치하려면 5~10일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터빈 하나 더 수리'를 구실로 노드스트림1 가동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의 경제가 휘청이게 된다. 독일의 대러 가스 의존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55%에 달했고, 개전 이후 35%로 줄었다. 전면 중단시 올해 독일 경제는 1.5% 뒷걸음질 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뿐만 아니라 가스프롬 역시 노드스트림1 완전 가동을 재개하는 데 핵심인 다른 부품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혀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터빈은 구실일 뿐,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베이트 배런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터빈은 줄곧 구실로 사용돼왔다"면서 "터빈은 교체용에 불과하다. 우리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이 구실을 빼앗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노드스트림1이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하루 1억6000만㎥라는 기존 공급량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로이터 취재에 익명으로 응한 소식통은 예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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