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김윤선] 누리야, 축하해
- 22-07-11
김윤선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누리야, 축하해
셋, 둘, 하나, 발사!
엄청난 굉음과 화염을 뒤로하고 누리호가 하늘로 치솟았다. 6월 22일, 나로우주센터를 이륙한 누리는 두 팔 벌리고 있는 어미 품에 뛰어드는 아이처럼 쏜살같이, 정확하게 우주의 품에 안겼다. 단 16분 만에 말이다. 1단, 2단, 허물을 벗고 몸체를 줄이며 고도 700㎞에서 지구 저궤도에 안착했다.
꿈을 발아한 지 36년,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고, 민간우주개발시대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고 한다. 인도 다음으로 42년간 실용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없는 걸 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정밀하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마나 수고했으면, 연구진들은 성공 소식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고 인근에 몰려 있던 2000여 명의 관람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텔레비전 화면으로도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게 처음으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 건 공상 만화였다. 그러나 우주 공상 만화는 내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서인지 턱없는 이야기일 뿐 흥미를 끌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은하계 어느 별에 또 다른 어린 왕자가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즐긴다. 미국에서 달 탐사를 위한 우주선 발사를 중단했을 때 은근히 반가웠다. 더는 방아 찧는 토끼를 잃을 염려도, 달에 빌었던 소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으로 쉬 만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우주는 어떤 세상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주는 지구 대기권 바깥의 검은 공간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의 우주이고 넓은 의미의 우주란 모든 사물이 존재하는 형용할 수 없는 큰 규모의 공간을 가리킨다. 인간도 우주의 한 사물이다. 우주의 나이는 대략 138억 년, 인간의 수명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그런 우주가 지금도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니 왕성한 생산력에 놀랍다.
우주는 여인이다. 생산력은 물론이고 별들을 다독이고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면서 그들을 통찰하고 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뿐이랴, 인간 세상에서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조차 품으니 우주는 여간 통 큰 여인이 아니다. 너그러우면서도 엄격하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담대함을 지녔다. 게다가 이번 누리호 발사처럼 300여 곳의 기업들이 어우러져 함께 땀 흘린 노고를 헛되게 하지 않는 품이 여인 아니고야 어찌 그리할까.
얼마 전에 ‘돌 틈에 낀 인간이 만든 쓰레기’라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탐사선 피서비어런스호가 화성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알루미늄 조각이 돌 틈에 쓰레기처럼 박힌 장면이었다. 벌써 우주 쓰레기가 문제다. 실제로 우주엔 사용기한이 끝나 쓰레기가 되어 버린 인공위성이 많다고 한다. 이번 누리호 발사 때도 혹시나 우주 쓰레기와 충돌할까 봐 여간 조바심을 내지 않은 모양이다. 우주란 김환기 화백의 그림 ‘우주’처럼 크고 작은 별들의 아름다운 집합체라고만 여겼던 내 무지를 비웃는 듯하다.
그런데 인간이 우주정복을 꾀하는 건 지나치게 발달한 과학의 부추김 때문일까, 아니면 지구의 멸망에 대비한 또 다른 행성 찾기일까. 그보다 혹 우주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은 아닐까. 그런데 우주는 그런 인간의 속내를 알면서도 인공위성을 제 영역으로 받아들인 건 어떤 이유일까. 우주의 엄연한 체계, 우주질서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마냥 내칠 수 없는 모성이었을까. 어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스며든 우주를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을 본 때문은 아닐까. 그리하여 우주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가 다 함께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공간이라는 걸 몸소 깨닫게 하기 위해서일까.
누리는 지금 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과기부에서는 내년부터 후속 발사체를 개발하고 2027년까지 11호까지의 발사를 예정하고 있단다. 2031년에는 달 표면에 착륙선도 보낼 계획이라니 마음은 벌써 달에 닿은 듯하다. 오늘 누리의 발사 성공이 우리 모두에게 우주에 대한 더 많은 사랑과 꿈을 꾸게 했다고 믿는다. 누리의 활동을 기대한다. 누리야, 장하다, 그리고 축하해.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박3일 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일 토요산행
- <속보>아동성폭행 타코마 한인군인, 택시기사 살해혐의로도 기소돼
- 600명 ‘코리아 나이트’서 스트레스 확 날렸다(+영상,화보)
- K-SCAN 한인상공인 길잡이 역할 돋보인다
- [화보] 코리아나이트 신나고 재미있었다
- 벨뷰통합한국학교 전통혼례식 "참 멋있어요"(+영상,화보)
- “FWYSO 봄 연주회에 한인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UW동아시아도서관, 김봉준 작가 초청 행사
- [기고-샘 심] 제44선거구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이유
- 오리건 한인, 어머니 숨지게 한 양로원에 1,000만달러 소송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나그네 길에 길동무
- 샘 심 시애틀한인회 부회장도 워싱턴주 하원 출마한다
- 시애틀 영사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 개최
- 한인2세들이 시애틀 영자신문 인수했다
- 미국프로축구 열린 시애틀 축구장서도 "Korea"
- 코리아나이트 행사 전‘코리안 푸드트럭’운영
- 시애틀영사관 청사 경비 및 청소용역 입찰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5일 토요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25일 토요산행
시애틀 뉴스
- 애드리언 디아즈 시애틀 경찰국장 잘렸다
- 시애틀지역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 워싱턴주 10대 소년 하이킹중 400피트 절벽 아래로 추락했는데 경미한 상처만
- 빌 게이츠 전처 멀린다, 여성 인권단체에 10억달러 기부
- 시애틀지역 정신질환자 자연환경서 치료한다
- 시애틀서 가족부양하기 전국 '탑5'
- 시애틀지역 주민들 여행 선호지가 바뀌고 있다
- 시애틀 유명 정치로비회사 파산 모면했다
- 미국 대선 앞두고 국가부채 '부각'…"10년물 국채금리 10%"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이런 사람이 시의원이었다니…50대 전 바슬시의원, 20살 여자친구 살해
- 시애틀 여름축제 서막 '프리몬트 페어' 다음 달에
- “아번경찰관 총격은 정당방위 아니다”
뉴스포커스
- '尹 축하난' 거절 인증 릴레이 시끌…"난이 무슨 죄"
- 김정숙 여사, 文전용기 인도 순방때 '기내식 6292만원'
- '명품백' 최재영 11시간여 2차 조사…"김 여사, 대통령실·보훈처 직원 연결"
- SK 흘러간 '노태우 비자금'…국고환수 대신 노소영 몫, 왜?
- 이성윤, 김건희 7대의혹 '종합특검법' 발의…도움 준 공무원도 수사
- 정부 "오늘부터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복귀시 불이익 최소화"
- 최태원 1.4조 어디서 마련하나…'세기의 이혼'에 SK 지배구조 영향권 2
- 매일 '159명' 담배로 사망…'흡연천국'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
- 8월부터 '성범죄 전과자' 운전학원 강사 자격 취득 못한다
- 전세사기법 개정 '청신호'…피해자단체 "정부대안, 정상 작동땐 일부 수용"
- 급등한 집값 'MB 시절'로 되돌리면, 혼인건수 25% 증가한다
- '돈봉투 의혹' 송영길, 163일 만에 석방…"무죄 입증할 것"
- "길, 김호중과 1~3차 함께"…스크린 골프장→식당 이동 CCTV 포착
-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8억 현금으로 지급해야"…역대 최고액
- '文 전 사위' 수사 중앙지검 이관?…전주지검 "바뀌는 거 없다" 일축
- 내년 대학 무전공 선발 총 3만 7935명…2만 8010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