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총리 무너뜨린 건 '끊임없는 본능적 거짓말'이었다
- 22-07-08
이튼 컬리지·옥스퍼드 시절부터 기자 생활까지 온통 거짓말
정계 입문 후에는 사생활 구설수…'파티 게이트'로 사퇴 위기
"마침내 그를 무너뜨린 것은 경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그의 다른 어떤 실패도 아니었다. 그것은 끊임없는 본능적인 어리석은 거짓말이었다."-더 에이지
"그는 빌린 시간에 살고 있었다. 핀처 사건이 아니었다면, 다른 일로 사퇴 압박을 받았을 것"-가디언
"그의 총리직을 지탱한 비진리의 피라미드를 무너뜨린 마지막 거짓말은 특히 해악이 된 거짓말이었다"-CNN
사퇴 압박을 받아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끝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집권 보수당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새 대표 선출을 위해 올가을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는 임기 중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사퇴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는데, 이 가운데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텃밭 지역을 노동당에 뺏기기도 했다.
결정타가 된 건 존슨 총리가 원내 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의 과거 성비위 스캔들이다. 다만 존슨 총리의 경력에는 늘 거짓말이 따라붙었고, 핀처 사건으로 거짓말의 역치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튼 컬리지·옥스퍼드 시절부터 기자 생활까지…'뻔뻔한 거짓의 대가'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2019년 취임했다. 전임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의회의 브렉시트안 부결에 위기를 맞았음에도, 결국 바통을 이어받아 보수당 정권을 지켜내고 브렉시트도 실현했다. 금발 더벅머리에 직설 화법으로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취임 초기부터 BBC 등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내 '영국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구설수를 몰고 다녔다.
캐나다 CBC는 존슨 총리의 이튼 컬리지 시절부터 조명했다.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 컬리지에서 문학을 가르쳤던 마틴 해먼드는 존슨 총리의 아버지에게 "보리스는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 모욕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어 "보리스는 그의 고전 연구에 대해 수치스러울 정도로 무례한 태도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이튼 컬리지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했다. 이때부터 '뻔뻔한 거짓의 대가'가 됐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옥스퍼드 유니온 회원으로 토론에 참여했던 그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그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즐거운 논쟁을 벌였다. 옥스퍼드 유니온은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주 회원인 토론 협회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립 학생회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1988년부터 더 타임스 기자 시절부터 존슨 총리의 본격적인 '거짓말 인생'이 시작됐다고 영국 언론들은 조명했다. 그는 더타임스에 재직하던 당시 기사에 사용한 인용을 조작해 해고됐다.
이후 1989년 텔레그래프로 직장을 옮겼다. 텔레그래프에서는 벨기에 브뤼셀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유럽연합(EU) 체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텔레그래프의 동료 기자들은 "그의 이야기가 과장되고, 어떤 경우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BBC에 전했다.
1999년부터는 영어권 뉴스 잡지 중 가장 오래된 잡지인 스펙테이터(The Spectator)의 편집장을 맡았다. 그는 편집장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정계에 입문할 야망이 없다"고 약속했지만, 2년 뒤 의회에 입성했다.
◇정계 입문 후에는 사생활 구설수…'파티 게이트'로 사퇴 위기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그는 파란만장하고 복잡한 사생활을 즐겼다고 영국 언론은 강조했다. 야당 대변인 시절에는 유명 여기자와 불륜에 빠졌다가 당시 당 대표에게 거짓말을 해 대변인직에서 사임했고, 지난해에는 모델 출신의 미국인 사업가 제니퍼 아큐리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속임수와 그의 평판은 총리로 가는 길을 막거나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는 2019년 7월 취임 후 줄곧 각종 스캔들에 휩싸였지만, 정작 총리가 된 지 반년 만인 같은 해 12월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보수당은 80석을 확보해 1987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최다 의석을 차지하며 큰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파티 게이트'에 휘말리며 2년 반 만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봉쇄 규정을 어기고 파티를 벌여 경찰로부터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영국 전역에는 외출 제한과 6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강력한 방역 조처가 내려졌는데, 존슨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등에서 총리실 직원들과 와인 파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또 존슨 총리실 직원들은 지난해 4월16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밤 가족 외에는 실내 모임을 금지한다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파티 게이트 이후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존슨 총리는 지난달 6일 불신임 투표에서 359명 중 211명이 신임을 표명하며 겨우 살아남았다.
◇성추행 사실 알고도 해당 인사 임명…내각 핵심인사 줄사퇴
존슨 총리는 불신임 투표에서 기사회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30일 성추행 혐의로 사임한 핀처 전 원내 부총무가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을 저지른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그를 원내 부총무로 임명했다는 것.
핀처 전 원내 부총무는 지난달 29일 술집에서 남성 2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다음 날 곧바로 원내 부총무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이후 핀처 전 원내 부총무가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을 일으켰는데도 존슨 총리가 임명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총리실 측에서는 존슨 총리가 핀처 전 원내 부총무의 범죄 전력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사이먼 맥도널드 전 외무부 차관은 2019년 핀처 전 원내 부총무가 외교부 부장관이던 시절에도 성추행 관련 제보가 있었고, 이를 존슨 총리에게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존슨 총리는 맥도널드 전 차관의 폭로가 나온 뒤에야 사실을 시인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으로 보수당과 영국 국민들의 민심은 존슨 총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존슨 총리의 내각에서 핵심 인사로 지내던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의 사임을 시작으로 최소 50명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존슨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사의를 밝혔다.
한편 존슨 총리의 후임은 오는 9월 선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영국 하원의원들을 인용해 오는 11일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가 당 대표 경선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922위원회의 이사진을 구성하는 중진 의원들은 오는 21일 하원이 6주간의 여름 휴회에 접어들기 전에 '2단계 경선' 절차를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절차에 관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하원이 9월 초 회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모든 것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월로 예정된 보수당 전당대회보다 이른 시점에 총리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총리로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과 나딤 자하위 신임 재무장관, 수낙 전 재무장관, 자비드 전 보건장관, 벤 월러스 국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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