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키운 '혐오의 덫'…무색해진 '인종차별철폐의 날'
- 21-03-21
미국·유럽서 아시아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줄이어
한국도 외국인 강제 검사 등으로 차별논란 불거져
"우리 모두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로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적책에 반대해 평화적 시위를 하다 경찰의 발포로 희생된 시민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61번째 기념일을 맞았지만 최근 세계는 곳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파마사지 업소 3곳에서 연이어 연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사망했다.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이 평소 반중(反中),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범행 장소가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업소가 다수 밀집되어 있던 곳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을 특정 인종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시작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적인 시선과 차별이 확대되고 있다.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중단'(Stop AAPI Hate)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 내에서 보고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행위가 최소 3795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 코로나19가 '중국 바이러스'로 명명되면서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혐오가 확산한 결과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폭력과 범죄로 이어졌다. 중국인 혹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일에도 영국 사우스햄튼대학에서 30대 중국인 강사가 20대 백인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중국 바이러스'라고 외치며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항의하자 구타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경찰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중국인을 대한으로 457건의 인종차별 범죄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인종차별은 아시아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발원한 중국에서는 오히려 자국 내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외국인들을 차별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예로 지난해 4월 중국 광저우에 아프리카인 밀집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 출입이 금지되거나 살던 아파트에서 쫓겼났다는 차별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해 불거져왔다. 앞서 지난해 공적마스크,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배제되는 사례들이 발견되면서 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후 지자체들이 코로나 관련 긴급지원에 외국인들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내국인도 힘든데 외국인까지 도와주는 것은 역차별을 부추긴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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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혜영 의원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서울·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1.3.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최근에는 서울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지난 17일 서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 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외국인만 특정해 검사를 강요하는 것은 차별이다'라는 비판이 일었고 코로나19중앙사고수습본부도 서울시의 진단검사 명령에 대한 철회를 요청하자 3일만인 19일 해당 명령을 철회했다.
이런 지자체들의 외국인 진담검사 의무화에 국내 인권단체는 물론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 대사관, 대학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한 독일대사관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은 차별적이고 지나친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서울대 인권센터도 "외국인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의무화는 외국인에 대한 중대한 차별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관련한 논란으로 진정으로 이어지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영애 인권위원장은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 성명에서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야기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 및 연대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런 비판에도 경기, 경북, 전남, 강원 등의 지자체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진단검사 명령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해당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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