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침체확률 0%→38%…"실업 아니라 인플레 고통"

미국의 주요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올해 침체 확률이 2020년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38%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실업률만 보면 당장 경기가 침체 상황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침체는 실업이나 파산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라는 고통으로 구현중일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 "1년 안에 침체 확률 38%"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경제모델에 따르면 앞으로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은 2020년 5월 이후 0%였다가 이날 오전 38%까지 뛰었다.

침체 확률이 0%에서 38%로 치솟은 것은 사상 최저의 소비 심리, 금리 급등과 관련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의 경제 모델은 주택착공, 소비자 심리설문 데이터, 10년과 3개월 국채수익률 격차 등을 변수로 침체확률을 예측한다.

블룸버그이코믹스의 안나 왕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자기충족적(self-fulfilling) 침체의 리스크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며 "이르면 내년에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과 기업의 재정이 강하지만 미래에 대한 우려가 소비 후퇴를 유발해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1년 안에 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내후년인 2024년 초 침체확률은 75%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 심리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지수는 45년 만에 최저인데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꺾였다.

미시간대의 소비자설문을 진행하는 조안 수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아직 소득 안정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지만 경제 전망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물가를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지출 패턴을 조정하는 수 밖에 없다고 느낄 수 있다"며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지출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정의 속도와 강도는 경제가 어떤 궤도로 움직일지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침체 확인은 '후행적'…"인플레, 실업·파산만큼 고통"

더 큰 문제는 침체에 빠졌다고 알면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침체는 후행적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침체는 국내총생산(GDP)이 2개 분기 연속 위축될 경우로 정의된다. 하지만 침체 확률을 높이는 가장 아리송한 변수는 실업률인데 현재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둔화하면 실업이 뒤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침체가 발생한다고 반드시 실업률이 치솟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모든 침체는 규모와 강도, 방식이 상이하고 이러한 차이는 일종의 뉴노멀(new normal)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낮지만 이번 침체는 실업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라는 고통으로 구현중일 수 있다. JP모간프라이빗뱅크자산관리의 제이콥 마누키안 미국 투자전략본부장은 "모두가 침체가 오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실업과 파산만큼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마누키안 본부장은 주택지표와 구매관리자지수가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침체의 조건들이 이미 보인다. 성장 둔화가 이미 많이 진행됐다는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 강화적 침체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신빙성이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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