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미노' 금리인상…인플레와 침체 사이 '줄타기'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고물가와 침체 사이 아찔한 줄타기를 벌이며 이례적인 글로벌 긴축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긴축의 속도와 강도다.

긴축이 너무 강하고 빠르면 경기침체의 고통이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긴축이 너무 약하고 느리면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커녕 성장만 저해해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침체)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할 위험이 크다. 

◇美 긴축에 신흥국 '부수적 피해' 위험

지난주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거의 30년 만에 최대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뒤이어 영국은 5회 연속 금리인상에 나섰고 마이너스 금리의 스위스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픽텟자산운용의 프레드릭 두크라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잇단 금리인상에 대해 19일 AFP통신에 "내 경험상 가장 미친 한 주였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주저 앉았다. 주요국에서 수 십년 만에 최고의 물가 압박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강도도 막대하고 이로 인해 성장까지 저해돼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리서치그룹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당장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겠지만 연준이 물가압박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연준의 길이 가시밭길이 될 수 있고 심해지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분명하다는 점이라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적했다.

또 신흥국들은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수적 피해자(collateral victim)가 될 가능성도 높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에 신흥국 통화가 급락할 위험이 크다. 두크라제트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로 돈을 빌린 적자가 있는 국가들은 채무상환이 더욱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15년래 첫 '깜짝' 금리인상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해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폐쇄로 막힌 공급망이 풀리면 물가압박도 조만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 압박은 더욱 커졌다. 결국 중앙은행들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원래보다 더 공격적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호주는 이달 초 금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올렸고 브라질도 11번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금리인상이 더 많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금리인상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 들여진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준이 0.75%p 금리인상을 결정한 이튿날 SNB는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스위스는 통상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스위스프랑의 강세를 선호한다. 하지만 자국 통화의 강세에 따른 경제적 이익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가 그 만큼 더 심해지면서 스위스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CMC마켓UK의 마이클 헤손 수석 시장분석가는 "특히 SNB 조치가 눈에 띄었다"며 정책이 초완화적에서 긴축적으로 크게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FT "공급 충격발 인플레…통화정책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당장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식품, 에너지, 공급망 정체 때문으로 이러한 변수들은 중앙은행의 통제 범위에 속한다고 하기 힘들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경제 수요를 끌어 올리거나 내려서 기능한다. 지출이 너무 빨리 늘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금리를 높여 대출비용을 인상한다. 금리를 올려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을 억제하는 식이다.

하지만 공급망이 붕괴하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거나 노동력이 부족하면서 발생한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충격에 대처하기에 통화정책은 부적합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영란은행의 총재를 지낸 앤드류 베일리는 "통화정책이 직접적으로 반도체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급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오히려 치명적 정책 실수가 될 수 있다. 긴축의 강도가 너무 세면 경제 회복이 휘청이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긴축 강도가 너무 느슨하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는 커녕 성장만 저해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할 수 있다.

결국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공급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상쇄하려면 아무 것도 해서는 안된다고 FT는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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