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개명 논의 착수…"낙인·차별 우려"

원숭이두창(monkeypox)이 기존 풍토병 지역을 넘어 30여 개국 1300여 명에게 전파돼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명 논의에 착수했다고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달 아프리카 외신협회에 이어 지난주 국제 과학자 30여 명 단체 등이 재차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은 차별적이고 낙인효과를 낳는다며 긴급한 개명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따른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 30여 명 그룹은 최근 온라인 성명을 통해 "현재 글로벌 확산 국면에서 (아프리카에서 유발했음을 시사하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과 명명법은 부정확할뿐만 아니라 차별적이고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전염병에 특정 지역이나 동물 이름 명명을 금지한 WHO 지침과도 상충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WHO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권고안에 따르면 질병의 이름은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직업 또는 인종 그룹에 불쾌감을 줘선 안 된다. 

돼지독감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로 개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 초기 우한 폐렴으로 불리며 논란을 빚었던 건 이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은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지만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에도 퍼졌다. 이후 수십 년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약 12개국에서 고유종으로 자리잡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풍토병 지역으로 인식되던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확산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난달 7일 영국을 시작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 미국과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중남미, 북아프리카 모로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등 각국으로 확산하자 경각심이 커진 것이다. 

이에 WHO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이 고소득국가에 나타나자 국제사회가 이제서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행한 단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쨌든 현재 WHO는 원숭이두창이 속해있는 진성두창바이러스(orthopoxviruses) 전문가들과 더 적절한 이름이 있는지 논의 중이라고 한 관계자를 인용해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 달 말 아프리카 외신협회는 영미권 언론에서 원숭두창의 인간감염시 증상을 알리는 용도로 발진이 생긴 과거 아프리카 흑인 손 사진을 사용하는 관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재차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SCMP는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현재 발병 중인 병변의 많은 사례는 아프리카에서 과거 기록된 양상과 다르고, 또한 이 질병은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인종이나 민족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떤 인종이나 피부색도 이 질병의 '얼굴'이 되어선 안 된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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