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 7% 가까이 올라 '민생 고통'…집값에 식비까지 주름살

5월 생활물가 6.7%↑…밥상물가 등 오름세에 서민 비상

정부 "임금인상 자제" 당부까지…더 강한 대책 가능성

 

고삐 풀린 물가가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7% 가까이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5.4%)을 크게 웃돌았다.

이전 정부 시절 집값 폭등에 새 정부 들어 먹거리를 포함한 생활물가까지 들썩이면서 서민 경제의 주름살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09.54(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생활물가지수가 이같이 오른 것은 2008년 7월(7.1%) 이후 13년10개월 만의 일이다.

이 지수가 7% 전후로 오른 적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지난 2000년대 들어선 그리 많지 않다. 외환위기 때 10~12% 수준 급등한 이래로 2001년 5월(7.1%)·6월(6.9%),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7.0%)·7월(7.1%) 정도가 끝이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식품'의 상승률이 7.1%(식품 이외 6.4%)로 높았다. 생활물가지수는 식품과 식품 이외로 구분되는데, 식품은 식료품·음료·외식 일부를 포함한 총 81개 품목으로 이뤄진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식품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가공식품의 고공행진이다. 국수(33.2%), 소금(30.0%), 식용유(22.7%), 비스킷(18.5%) 등이 크게 올라 민생 경제에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 값 역시 급등했다.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 축산물과 감자(32.1%), 무(32.1%), 포도(27.0%) 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외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식비마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7.4% 상승하면서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생활물가로 잡히는 치킨(10.9%), 자장면(10.4%), 김밥(9.7%)의 오름세가 매서웠다.

먹거리 외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뛰어오른 기름값이 문제다. 경유와 휘발유는 지난달 각각 45.8%, 27.0% 뛰었는데, 이들 품목은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가중치가 20.8, 13.0으로 높을 정도로 국민 경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문제는 체감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경제정책 간담회 이후 기자와 만나 "앞으로 물가 상황은 계속 좋지 않을 것이고 (물가 상승률이) 최소 5%는 되지 않겠나 싶다"라며 "우리는 해외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이기에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가 향후 수개월간 5%대 상승을 지속하고 연말쯤 완화되겠으나, 내년 초까지도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라 완전한 물가 상승 압력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이에 새 정부는 지난달 30일 출범 이후 20일 만에 물가 완화 방안을 포함한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수입 원가와 공급자 비용을 경감하는 내용 위주로 짜여 있어 금융위기 시절과 맞먹는 체감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최신 물가 대책으로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 낮아질 것이며, 이마저도 9~10월에야 완전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물가 상황과 관련해 "원가나 원료 값이 오르는 것은 정부로서 통제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오르면 생활물가가 오르고 그에 따라 임금이 오르게 된다"면서 향후 물가 상승에 자극을 받은 임금 인상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지난 4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통한 임금-물가 간 전가 효과가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이 앞으로 우리 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기업계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자연스레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여파를 축소하는 데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추 부총리는 취임 후 첫 6개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쟁적인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가적인 물가 대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말 "물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필요한 대책을 추가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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