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폭주에 닫히는 식량 쇄국의 빗장…전세계 인플레 '신음'
- 22-06-02
[우크라戰 100일]유로존 인플레 사상 최고, 옐런 오판 인정
미국, 유럽 등 서방 주요 선진국들은 8% 넘는 인플레이션에 강력한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요 밀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개발 도상국들은 식량 공급우려까지 겹쳐 기근 위험이 커졌다.
◇유로존 인플레 사상 최고…미국 오판 인정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8.1%로 치솟으며 1997년 집계 이후 최고에 달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9.2% 뛰었다. 식품, 제품, 서비스까지 모두 빠른 속도로 오르며 전체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까지 부분적으로 수입금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유로존 물가는 더 강력한 상승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전쟁으로 원유, 특수가스, 밀 등 주요 원자재와 상품의 공급과 물류가 막히며 연료부터 식품까지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도 전쟁 여파에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하다. 급기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연일 피력했다.
지난달 마지막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전임자였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물가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에서 강한 독립성의 연준 의장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물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더욱 이례적인 발언은 옐런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던 것에 대해 "잘못"(wrong)했다고 인정한 것. 옐런 장관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이 정체되면서 경제에 예상하지 못한 막대한 충격이 가해졌다"며 "당시 나는 우리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고위급 경제 관리가 정책실수를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식량 쇄국주의 확산…최빈국 기근 위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공급이 부족해질 위험이 커지며 다른 식량까지 수출을 제한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금지해 전체 닭고기 공급의 1/3을 말레이산에 의지하는 싱가포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도는 밀과 설탕에 이어 쌀까지 수출제한을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판매를 제한했고 곡물수출량을 할당하는 국가들도 늘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여개 국가들이 식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피치솔루션의 사브린 초드리 원자재 본부장은 "농산물 쇄국주의가 2007~2008년 곡물대란 이후 최고에 달했다"고 말했다. 초드리 본부장은 "올해 확실히 식량 쇄국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심해져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최빈국들의 식량안보 위험이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밀과 설탕에 이어 쌀까지 수출을 제한할 경우 수백만명을 기근 위험으로 몰고 가며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식량 쇄국주의의 피해는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의 저소득층도 입을 수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소니아아크테르 농업학과 교수는 가격 상승은 "소득 대비 식품 지출이 높은 가난한 이들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영국 런던을 방한 모하메드 마이트 이집트 재무장관은 "식량 위기는 우리가 매우 조심해야 할 문제"라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 위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매우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식량 위기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유엔의 경고를 되풀이한 것이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등은 수천만 명을 식량 불안으로 몰아넣을 것이며 영양실조, 기아, 기근이 몇 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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