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뀐 환율…"연말 1100원대 갈 수도"

1300원 육박 달러·원 환율, 12거래일만에 54.8원 하락

美 물가·ECB 금리인상·中 경기부양 여파…펀더멘털 불안 지적

 

외환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중순 1291원까지 오르며 1300원대를 넘봤던 환율이 급전직하했다. 미국 내 물가정점론(피크아웃), 유럽 중앙은행(ECB) 금리인상,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가 어우러진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하락을 넘어 연말에는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대 아래로 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미국의 양적 긴축, 불안정한 국내 경제지표 등은 달러 가격 하락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1.4원 내린 1237.2원에 거래를 마쳤다. 5월13일 장 중 1291.5원까지 치솟으며 1300원선을 위협한 환율은 불과 12거래일만에 고점 대비 54원 넘게 하락했다. 27일과 30일에는 이틀간 28원 떨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만큼 단기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내 물가지수가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긴축 우려가 완화된 데다 대도시 봉쇄 해제를 골자로 한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신흥국 통화 강세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이 6, 7월 빅스텝을 예고해놓은 상황에서 경기둔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에서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타나면서 연준은 경기 둔화 여부와는 별개로 시장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중국이 1일부터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발 위험선호 심리가 유입되고 있다"며 "인민은행의 대출 확대 사례와 경기부양책이 나오고 있기에 원화 강세 재료로 소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떨어졌다"며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기 위해 쉬어가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급 여건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통상 수출업체에서 네고 물량을 쏟아내고 수급이 받쳐줬는데 최근 미국과 유럽 증시가 부진한 데다 지난 금요일에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매도 수요가) 쏠렸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외화예금 형태로 예치된 물량이 늘어난 점만 봐도 대기 중인 달러 매도 수요가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1.69를 기록하며 전일대비 0.16% 하락했다. 이달 12일(104.89)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대 아래 안착할지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유럽발 금리인상으로 달러 약세를 이끌 분위기는 조성됐다는 평가와 미국의 통화 긴축 흐름으로 달러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김 연구원은 "독일 CPI(소비자물가지수)가 50년 내 최고치를 찍으면서 유럽 내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이 높아졌는데 향후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 상단을 막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우려에 달러가 오버슈팅하며 고평가된 측면이 있었다"며 "ECB(유럽 중앙은행)가 연준에 맞춰 7월과 9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리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위안화 이슈가 진정되면 연말에는 1100원대 후반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 연구원은 "6월부터 연준이 연간 470억달러를 줄이는 데다 연준 내부에서 (6, 7월) 50bp 금리인상(빅스텝)을 공식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빅스텝 이후에도 올해 연말까지는 미국 채권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1250원 후반대를 오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단기적 되돌림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역적자나 중국 수출 부진 등으로 펀더멘털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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