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명 확진됐는데 치명률이 0.003%…北코로나19의 진실은?
- 22-05-21
치명률 낮은 것은 고령층 규모 작고 사망 원인 확인 안되어서
백순영 "치명률 1% 될 것"…신영전 "1700만 감염돼야 끝나"
연일 수십만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발생하고 있는 북한의 코로나19 실제 상황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유열자들의 열 원인이 코로나19인지 아니면 다른 감염병도 포함되었을 수 있는 것인지, 정점이 언제인지 불확실한 점이 많다. 또 하루 사망자가 매우 적어 0.003%라는 낮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이 맞는 것인지 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지난 18일 오후 6시부터 전날인 19일 오후 6시까지 하루 동안 발생한 발열자가 26만337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말부터 이날까지의 누적 발열자는 224만1610여 명이 됐다. 하루 동안 사망자는 2명 추가되어 누적 사망자는 65명으로 늘었다. 새 '완치자'는 24만8720여 명으로 누적 완치자는 148만6730여 명이 됐고 이날 기준 75만4810여 명이 치료받고 있었다.
현재 북한의 신규 발열자는 나흘째 2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39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6일 29만여 명, 17일 23만여 명, 18일 26만여 명을 기록했다. 예방접종이 전무한 상황임에도 사망자는 확진자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 사망자 65명을 누적 확진자 224만1610명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한 누적치명률은 0.0028%다. 세계적으로 낮은 치명률을 나타냈던 우리나라가 현재 0.13%임을 감안하면 기적과 같은 수치인 셈이다.
◇정점은 지난듯…실제 발표보다 2~3배가 감염자
전문가들과 국내 정보 기관은 통제된 상황에서 나오는 북한 언론 발표에 기초한 해석이지만, 북한 코로나19의 정점은 지난것 같다고 했다.
앞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이 북한 통계 중 상당수가 코로나19가 아닌 발열, 수인성전염병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새롭게 확인한 것은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 홍역, 장티푸스 등 수인성전염병이 확산해 있었다"며 "(여기에) 4월 열병식을 하면서 코로나19까지 퍼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북한이 발표하는 발열자 통계치의 상당수는 코로나19가 아닌 발열, 수인성전염병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북 보건의료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장티푸스와 홍역, 코로나19는 서로 증상이 확연히 달라 일반인조차도 헷갈릴 수가 없는 감염병"이라면서 "유열자(발열자)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병일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즉 장티푸스는 북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홍역도 예전에 발생하긴 했는데, 장티푸스는 설사, 홍역은 반점 등 코로나19와 뚜렷이 구별되는 증세가 있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라고 표현하려면 이는 코로나19라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백신은 아니지만 2월말에 북한에 26만명분의 백신이 들어간 것으로 보여 다른 병에 대한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이 발표한 수치를 보면 이미 정점을 찍고 줄어든 양상을 보인다"며 "북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종류가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이고 완치자라 발표하는 숫자가 많다"고도 말했다. 북한 역시 지난 17일 당 정치국 상무위원 회의에서 '호전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정점이 39만여명이었던 날이 맞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열을 기준으로 감염자를 집계하기에 실제로는 발표보다 2~3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도 확진자 62만명이 정점이었다. 북한 인구 2600만명 중 39만명은 매우 큰 숫자인데, 여기 2배 이상이면 실제 감염자는 100만명에 가깝다. 이후 유열자가 39만명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북한이 강력한 '격폐'(격리) 조치를 취해서 감염 확산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예방접종 제로(0)의 상황에서는 결국 인구의 70~80%가 감염되어야 확산세가 꺾일 것"이라고 보았다. 북한 인구 2600만명 중 224만명 유열자는 8.6%에 해당한다. 오미크론 변이 증세 중 발열은 절반도 안되니 실제로는 20%가 감염됐다는 의미가 된다. 공개되는 유열자 통계 수치가 30~40%는 되어야 집단면역이 생긴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 치명률 약 0.003% 이게 실화?…고령층 적고 사인 확인 안해서
신 교수는 북한 사망자가 지나치게 적은 이유는 사망 원인이 코로나19인 것을 확인하려면 사후적으로 PCR이나 신속항원검사를 해야하는데 이 검사 장비나 키트가 없어 확인을 못한 것이 이유라고 보았다. 신 교수는 "일부러 적게 보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미 39만명 감염을 발표했는데 속일 것이 무엇이 있겠나. 할 수 있는 것은 다 발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매일 유열자와 사망자, 회복된 사람 등의 수치를 공개하는데 지난 14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68명이라는 수치를 발표에 포함시킨 적이 있다. 신 교수는 작은 수치지만 이것이 정확하게 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19를 확인한 인구라고 보았다. 북한의 PCR 검사 역량은 하루 120건인데 이 규모의 검사를 지난 1년간 보건 일꾼들 중심(80%)으로 해왔고 이들 중의 양성자를 이처럼 확진자로 분류했을 것으로 보았다.
백순영 교수는 북한의 정보가 너무 제한되어 있어 정확한 사망자 규모를 알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평균 연령은 72.6세로 알고 있다.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80대 연령은 북한에서는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점으로 보이는 기간이 지난지 아직 얼마 안되는 것도 사망자가 많이 안나오는 것의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백 교수는 "결국 실제적인 치명률은 1%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마스크 썼다가 안썼다가?…녹화 시점이 문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북한이 공개하는 영상이나 사진에서 마스크를 썼다가 어느날은 안쓴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하루는 '덴탈마스크'를 쓴 모습이 나왔고 그 다음날은 마스크를 안썼는데 이를 일부 언론은 외부 세계에 코로나19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녹화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라고 했다. 북한은 영상을 찍어놓고 자료화면으로 자주 트는데 재감염 위험을 경고한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든 누구든 마스크를 벗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 방송은 보건 일꾼들이 집에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을 방문하고, 격리 환자의 집에 배달해주는 것인 듯 보호 장비를 갖춰 입은 사람들이 고추장이 든 봉지를 들고 어딘가를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동신문 역시 방호복을 입은 이동봉사대가 과일남새(채소)라고 쓰인 수레에 채소를 가득 싣고 활기차게 배달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평양 외에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실제로 식량이 잘 배급될지는 미지수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의 식량 사정을 보면 평양 외의 지역 경우 환자에게 식량 배급이 잘 이뤄지지 않아 도리어 격리된 채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신 교수는 "북한의 상황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 정부가 강력한 격리 조치를 취해서 속도를 늦춰도 결국은 인구 2600만명 중 1700만명이 넘게 걸려야 유행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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