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돈바스 완전 장악 눈앞…푸틴, 더 큰 야욕 부리나
- 22-05-11
우크라 남부 항구도시 모조리 장악 의도…'부동항 확보'·'흑해 주도권 회복' 노리는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특별군사작전(침공)' 2단계 목표, 동부 돈바스 완전 장악이 머지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문제 해결'을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걸었다. 돈바스내 러시아어 사용 인구를 우크라이나 정부와 주민 등이 탄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바스를 장악하면 두 달 반 넘게 장기화하고 있는 이 전쟁이 끝날까. 미국 정보 당국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는 게 문제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를 모조리 장악, 러시아 역사상 최대 목표인 '부동항'을 확보하고 흑해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 군사작전 2단계 임무, 완수 임박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다소 차질이 있었음에도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 동부 대부분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내 러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접경지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 역시 러시아군이 현재 돈바스의 약 80%를 장악 중이며, 크라마토르스크 등 남은 우크라군 통제지역을 빼앗기 위해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서부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는 도네츠크주(州)와 루한스크주를 가리킨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나가면서 이 지역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해왔다. 이에 지난 8년간 내전이 지속됐고, 분리주의 세력은 반군 장악지역에서 각각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선포했다.
2곳의 반군 장악지역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각각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영토 일부였지만, 이번 전쟁으로 전체 영토가 러군과 반군 손에 들어갈 상황이 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전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법령에 서명했는데, 해당 법령에서는 각 공화국 영토를 실제 반군점령지가 아닌 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체로 명시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 대해 거의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표류 중인 러·우크라 휴전협상이 재개될 경우 러시아는 큰 레버리지를 갖게 됐다고 NYT는 내다봤다.
문제는 2단계 작전 임무를 완수해도 러시아가 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美 "푸틴, 장기戰 준비 중…돈바스서 승리해도 종전 어렵다"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를 넘어 '광범위한 영토 이득'을 추구,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NYT에 따르면 상원에 출석한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스콧 베리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러시아가 자국 영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이번 전쟁 주요 목표 중 하나를 거의 달성한 건 분명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헤인즈 국장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이상의 목표를 갖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야망을 위해 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러시아군 역량보다 크다"며 "향후 몇 달 안에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전쟁 규모가 잠재적으로 확대되는 궤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추세로는 푸틴 대통령이 그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물자 공급을 위해 Δ계엄령 선포 Δ산업 생산 방향 변경 Δ군사적 옵션 잠재적 확대 등 한층 더 극단적 방법에 의지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가 푸틴을 멈추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도 봤다. 헤인즈 국장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려움을 견뎌낼 능력과 의지가 더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는 식량 부족,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등이 악화될수록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결의가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부 항구도시 전체 장악 노리는 듯…우크라, 내륙국가 전락하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돈바스를 넘어 추구하는 광범위한 영토 이득으로는 아조우해와 흑해를 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전체 장악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개전 이래 러시아군의 공격이 가장 집중된 지역은 현재 도시 전체가 초토화된 도네츠크주 최남단 항구도시 마리우폴이며, 두 달 반 전쟁 중 러시아가 최초로 점령한 지역은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이다. 마리우폴은 아조우해를, 헤르손은 흑해를 각각 끼고 있다.
전쟁 초기만 해도 마리우폴과 인근 멜리토폴 그리고 남부 헤르손 등에서의 진격 강화는 러시아의 군사 인프라가 갖춰진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전선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헤르손 옆에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 오데사가 있는데, 오데사까지 장악하면 항로를 통한 서방의 전쟁물자 공급을 차단할 수 있어 전세가 확실히 러시아에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의 목표가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러시아군 고위관계자는 공개 석상에서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육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크림반도와 맞닿는 헤르손주부터 멜리토폴이 위치한 자포리자주, 돈바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까지 육로가 건설돼 러시아 영토와 이어지면, 아조우해가 러시아 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러군 고위관계자는 중요한 목표를 한 가지 더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장악한 뒤, 남서부로 진격해 몰도바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잇는 육로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헤르손주에서 접경 미콜라이우주, 그리고 몰도바 접경지인 오데사주까지 추가 진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동명(同名)의 주도 오데사는 흑해를 통한 해상무역이 활발하게 전개돼온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이다.
결국 이번 전쟁을 통해 흑해 장악력을 회복, 러시아 역사에서 불멸의 야망인 얼지 않는 항, 부동항을 확보하겠다는 게 푸틴의 최종 목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동남부 항구도시를 모두 빼앗기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내륙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이에 우크라군은 남부 항구도시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항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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