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 육박' 치솟는 환율…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불붙나

 외환시장 불안에 필요성 제기, 추경호도 "통화스와프 긍정 효과"

 '시기상조' 의견도…"외환유동성 등 지표 볼 때 시급하지 않아"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통화 스와프를 재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외환·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반면 현재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정책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치·외교적 전략이 필요한 문제인데다 외환유동성이 크게 부족하지도 않다는 반박이다.

11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10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2.4원 오른 1276.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 때 1277원대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선 다소 떨어졌지만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환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연준은 이에 더해 6월부터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월 한도를 6~8월 사이 국채 3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75억달러를 매각하고, 9월부터는 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매각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통화 긴축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에 최초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다. 사실상 외환 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한시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 600억달러 한도의 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뒤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일각에서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장치를 만들면 외환 안정 등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공동취재) /뉴스1 DB © News1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외환보유고가 25%에 불과해 낮은 수준이고, 환율도 1300원을 위협하고 있어 외환위기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여러 부문에서 불안정성이 높아지는데, 환율만큼은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 외환시장이 위기 국면으로 가는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는 금융·외환시장이 안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 교수는 현재 높은 물가와 금리 등 다른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제했다.

반대로 현재 상황에선 통화스와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환율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당시(1600원)와 비교하면 아주 큰 위기는 아니라고 보인다"면서 "환율 오름폭도 '급등'이라 볼 수 없고 외환유동성도 크게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시급하게 필요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물론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면 그 자체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과 체결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면서 "정치·외교적인 전략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추 부총리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릴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여러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고 상대국의 입장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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