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승절'서 전쟁 지속 여부 없이 11분간 연설 마쳐

"서방, 돈바스·크림반도 공격 먼저 준비…러군 희생 끝까지 책임질 것"

러 전승절 기념 '에어쇼' 취소…"예년 비해 '로키'로 진행"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러시아 '전승절' 기념행사가 기대와 달리 예년보다도 절제된 형식으로 진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에는 전쟁 지속 여부에 대한 언급도 핵무기 위협도 없었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책임을 서방에 돌리며 이를 합리화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 오후 4시(한국시간·러시아시간 오전 10시)부터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하는 전승절 7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11분간 연설했다. 이날 행사에는 1만1000명의 러시아군 병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서방, 돈바스·크림반도 공격 먼저 준비"…전쟁 지속 여부 언급 없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해 말부터 서방은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리에게 계속 위협을 가해오고 있었고 이는 날로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도입하려는 등 우리의 안보를 위협했다"며 "서방의 계획은 우리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게 만들었다"며 자신들의 군사작전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아울러 "서방은 우리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선제적으로 전쟁을 거부해왔지만 서방이 협상을 꺼려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안보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병력을 진입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군인들을 향해서도 "여러분은 조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그들을 격려했다.

이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장교를 포함한 군인들은 우리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며 "정부는 조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끝까지 보살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며 현장에 모인 병사들에게 "러시아를 위해, 승리를 위해 만세"라고 외치며 사기를 복돋았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전승절' 행사 전부터 푸틴 대통령이 전쟁과 관련해 주요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의 연설에는 이와 관련 어떠한 발언도 포함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이번 연설에서 그동안 서방을 협박했던 핵무기 사용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앞서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을 기점으로 △전면전 선포 및 전시 총동원령을 내리거나 △동부 점령지 완전 장악 및 병합(우크라이나 분단)을 발표할 수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러 전승절 기념 '에어쇼' 취소…"예년 비해 '로키'로 진행"

러시아는 이날 행사에서 77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에어쇼를 준비했지만 기상 문제로 취소하는 등 예년보다 축소된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영국 전 육군 장교이자 방위산업 분석가인 니콜라스 드러몬드는 이날 진행된 러시아 '전승절' 기념 행사 관련 "기념식 행사가 예년과 달리 '로키'(low-key·저강도)'로 진행됐다"고 묘사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전승절 열병식에서 핵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지휘통제기(Il-80) '둠스데이(최후의 심판일)'를 포함, 항공기 77대를 동원한 공중분열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그-29 전투기 8대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 상공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승리를 상징하는 표식 'Z'를 그리며 비행할 예정이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고려할 때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그의 권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가 이번 연설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승절 행사는 러시아 전역을 포함해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이나 헤르손과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마리우폴에서 진행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전승기념일 행사가 열병식 없이 축소된 규모로 진행됐다며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페트로 안드리우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이같이 밝히며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최근 새로 단장한 기념비에 헌화하는 행사가 열렸다고 말했다.

안드리우셴코 보좌관은 점령자들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2차세계대전 전승 기념 횃불에서 가져온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도네츠크주의 전쟁기념관인 사브르 모힐라에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리우폴 시의회는 살해된 수백 명의 시민이 공동 묘지로 이송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러시아군은 또한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오데사에 미사일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크름반도에서 고정밀 미사일 '오닉스' 4발이 날아와 오데사 지역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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