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완치 판정 후 '일상 힘든 장애'에 수억 빚…"치료비 지원 절실"
- 22-04-24
[롱 코비드] 격리해제 후 상당수 합병증, 장기간 입원 생활
격리제도 폐지로 일주일 병상 지원마저 끝…경제적 고통 심각
"이제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송씨였지만 저하된 기억력과 사고력은 일상의 순간순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아내에게) '우리 뭐 해야 하지?'하고 이야기했는데 조금 이따가 또 '뭐 해야 하지?'라고 물어보고 어제 뭐 했는지, 오늘 아침에는 뭘 먹었는지, 제가 밥은 먹었는지 뭐 이런 것도 물어본다"라며 "아예 그냥 머리가 뿌예요"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쉽게 읽었던 글도 이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졌다. 글이 빽빽하게 채워진 문서를 볼 때면 글자들이 뒤죽박죽 섞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시력 자체도 떨어져 글자들이 뿌옇게 보였다.
송씨는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나타나는 증상들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당시 위중증 환자로 분류된 이들은 일명 '롱 코비드'라고 불리는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을 누구나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송씨는 자신이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에 돌아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대학병원에 도착해 간호사로부터 들은 "병원이니까 안심하세요"라는 말이 송씨가 기억하는 그해 7월의 마지막 대화였다.
송씨는 이후 한달이 지나 의식이 돌아왔다고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목에 앞쪽에는 구멍이 뚫려있었고 튜브를 통해서 기도에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몸에는 모두 13군데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그가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동안 아내는 의료진으로부터 '남편이 이번 주말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수차례나 들어야 했다.
병원에서 한달여간 생활을 한 송씨는 '이대로 누워만 있다간 영영 환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퇴원을 하고 집에서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폐 기능이 저하돼 퇴원을 하고 집에 가기 위해 3층 계단을 오르는 것도 버거웠다. 오르다 쉬기를 반복하며 건물 입구에서 집까지 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신호등의 푸른색 등이 빨간색으로 바뀌기 전까지 건너편으로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제는 겉보기엔 일상생활이 가능해 보이지만 송씨는 여전히 남들보다 '느린'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쉽게 말해 마트에서 장을 본다고 하더라고 남들은 20~30분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저는 그게 안 돼요"라며 중간중간 걸음이 느려지거나 쉬어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몸뿐만 아니라 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것도 요즘 송씨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사람을 만나 영업을 하는 송씨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일을 하지 못했기에 손해가 컸고, 생계를 유지해 보려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지만 몸이 예전만큼 따라주지 않아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후유증으로 인한 진료비, 치료비도 물론 계속 나가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위중증 상태에 놓였다가 회복한 사람들은 자신처럼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후유증을 일종의 '장애'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치료나 생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 격리 해제 이후 장기간 후유증을 겪고 있는 롱코비드 환자 송윤재씨가 12일 뉴스1과 인터뷰하며 병원 자료를 보이고 있다. 2022.4.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완치' 이후에 여전히 병상인데…치료비 지원은 없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중 송씨처럼 어느 정도 회복이 돼 일상생활을 하는 이는 드물다. 상당수의 위중증 환자들은 격리 해제가 된 이후에도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병상 생활을 한다.
지난해 12월21일에 확진이 된 A씨(70·여)는 증상이 악화돼 나흘 만에 입원을 하게 됐고 현재까지 병상에 누워있다. 현재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A씨는 송씨처럼 기도에 삽관을 하고 24시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생활하고 있다.
A씨의 딸 B씨(33)는 매일 허용되는 30분의 면회 시간을 이용해 어머니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입원 후 일주일간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지난해 말 격리 해제가 되면서 중환자실로 병상을 옮겼다.
이때 질병관리청은 A씨에게 '코로나19 완치확인서'를 발급했지만 상황은 변한 게 없었다. A씨는 의식을 찾지 못했고 완치확인서를 받은 뒤 채 1주일이 되지 않아 담담 의사는 B씨에게 '어머니가 며칠 안에 돌아가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기관 절개를 하고 심폐순환 보조장치(에크모)를 단 이후 A씨는 상태가 호전됐으나 최근 에크모 장비를 떼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해 또다시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어머니의 임종을 준비하며 납골당까지 예약했던 B씨는 어머니를 '완치자'로 보는 정부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더욱이 B씨는 격리 해제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치료비 부담도 점차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A씨의 진료비 총액은 약 3억원으로 이중 자부담해야 할 비용은 5000만원 정도다. B씨는 "당장 목돈이 필요해 친척분들에게 조금씩 빌리고 대출도 한 상황"이라며 "다행히 부모님이 실비보험을 가입해 두셨지만 이 또한 100% 보장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그 한도가 끝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A씨(70·여)가 지난해 말에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발급받은 '코로나19 완치확인서'. A씨는 코로나19 확진이후 격리는 해제됐지만 건강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중환자실에 4개월째 머물고 있다.© 뉴스1 |
이어 B씨는 "그나마 자신은 나은 편"이라며 실비보험조차 없는 환자들이 많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과 합병증 등으로 고통을 겪음에도 감염 확산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위중증 환자들을 강제로 전원 조치하고 지원을 끊는 정부의 조치는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격리 해제 이후에도 계속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치료비는 '전파 우려가 높아 강제 격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지급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감염 우려가 없어 격리에 해제된 이후부터는 정부가 치료비를 지급한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치료 지원도 축소했다. 강제 격리 기간이 축소되면서 치료비 지원이 줄어들었고 18일부터는 격리 제도 자체를 폐지하면서 치료비를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위중증 환자의 경우 7일간 중환자 병상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제도는 유지되지만 환자들과 가족들은 위중증 환자의 경우 수개월씩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7일만 지원해 주는 것은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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