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후폭풍 '롱 코비드' 해외선 장애 판정…한국은 "꾀병 아냐?"
- 22-04-23
美연구 "환자 10명 중 3명 후유증 시달려"
전문가들 "유급병가 등 아플 때 쉴수 있는 환경 있어야"
직장인 A씨(33)는 지난 2월 백신 3차 접종 직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격리는 일주일만에 끝났지만, 이어지는 후유증은 아직도 A씨를 괴롭히고 있다. 특히 체력이 많이 떨어져 일상 생활을 활기 있게 이어 나가기 어려울 정도다.
A씨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 잠든다. 예전에는 퇴근하면 주3회 정도는 운동도 다녔는데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전혀 운동을 못하는 상태"라며 "그러다 보니 체력이 또 떨어지고, 몸이 무기력해지니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답답한 것은 '너 왜 유난 떠냐'는 반응"이라며 "친구들끼리 놀러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체력이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거절했던 적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나도 코로나 걸려 봐서 안다'며 뭐라고 했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도 했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인한 확진세가 하루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으로 불어난 이후 잦아들지 않는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과 안전망은 미비해 추후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강 이상으로 인한 노동력 저해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후유증으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근로자를 위해 병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법적으로 유급병가제도나 상병제도를 도입해 '아플 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2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667만4045명이다. 2020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5184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 국민 3명 중 1명은 코로나19 확진자인 셈이다.
◇'후유증 연구 활발' 해외는 지금…"노동력 부족 악화 우려"
우리나라보다 코로나 확산이 일렀던 해외의 경우, 후유증 환자 현황 파악과 함께 후유증 환자의 증가가 장기적으로는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 이후 27~33%의 환자는 '롱 코비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근로자 7명 중 1명 꼴인 310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같은 추세가 나아가서는 노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외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 1월 '롱 코비드가 노동력 부족을 악화시키는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1060만개의 일자리가 미충원 상태로 남아 미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영국 노동조합회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후유증 환자 4분의 1은 고용주에게 이에 대해 말하지 못했으며, 20명 중 1명은 퇴직이나 사임, 또는 휴직을 해야만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미국의 경우 후유증 환자들이 노동법상 장애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영국은 아직 판결을 내리진 않았지만 변호사들은 이미 많은 환자들이 장애인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후유증 '꾀병'으로 치부돼…기업 배려·국가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를 중심으로 확진과 후유증의 여파에 대한 연구가 막 시작되고는 있지만, A씨의 사례처럼 후유증에 대한 인지는 대체로 부족한 실정이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2020~2021년도 확진자들에 대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상태를) 평가했을 때 초반에 비해서 별로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며 "트라우마·우울 위험군이 30~40%라고 봤을 때 그 수치가 별로 떨어지지 않았고,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40%쯤 됐다. 이런 게 '롱 코비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평가 결과를 봤을 때 코로나 감염이라는 물리적인 요인은 사라졌어도 다양한 스트레스나 사회적 현상, 신체적 후유증 등으로 인해 본인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그렇게 빨리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문제는 (후유증을) 주변에서 꾀병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가) 독감 수준인데 완치됐으면서 뭘 그렇게 아프다고 하냐고 하면 드러내기도 힘들지 않나. 병을 앓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그런 차별을 겪으면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유증 환자의 가시화와 인식 개선 등에 더해, 확진자 및 후유증 환자에 대한 기업 차원의 배려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도 어렵겠지만 건강은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이지 않나. 이런 차원에서 어느정도 배려를 해야 한다"며 "국가적으로도 기업들이 사람들을 지원해주는데 있어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주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건 인권이라는 기본적인 차원에서 코로나라는 악재를 감안해 모두가 서로를 배려해 줘야 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병가·치료기간 중 휴직 필요해…유급병가·상병제도 도입도"
구체적으로는 회사가 적극적으로 병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언부터, '유급병가제도'와 '상병제도'를 법에 근거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급병가제도·상병제도는 모두 몸이 아프거나 업무를 하기 힘들 때 기간을 정해 쉬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석만 노무법인 해강 노무사는 "후유증이 심각해서 근무를 할 수 없겠다고 한다면 의사의 진단서가 청구될 경우 유급 병가가 가능하다. 무급 병가는 이런 조치를 취해야만 정당하다고 비춰진다"며 "후유증이 있다고 해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르바이트생이나 일용직은 후유증으로 휴직할 수도 없어 보호조치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는 것이 좋다"며 "회사에 설령 취업규칙이나 병가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병가 내지는 치료 기한 동안의 휴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도 짚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상병제도의 경우 이달 말부터 처음으로 시행한다고 하는데 그조차 금액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코로나 후유증까지 고려하면 이 제도들이 이제 정말 필요한 때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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