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부 돈바스 총공세 시작"…젤렌스키, 결사항전 다짐

미국은 신중한 평가…"아직 '여건조성작전' 단계"

러, 각지 공격 개시…서부 르비우서 첫 민간인 사망도 나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거대한 공습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북동부 주요 도시에서 민간인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전황 정보를 제공해온 미국 국방부는 러군의 현재 동부 진격은 '여건조성작전' 단계에 불과하다며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러군, 오랜 기간 준비해온 돈바스 작전 개시"

로이터·AFP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늦은 오후 비디오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돈바스 전투를 시작했다"며 "많은 군대가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집결해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군이 이곳에 얼마나 많은지 상관없이 우리는 싸우고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앞서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옥이다. 우리가 몇주간 이야기했던 적군의 공세가 시작됐다"며 "루비즈네, 포파스나, 다른 도시에서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고 적었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쟁의 두번째 국면이 시작됐다"며 "믿어라. 우리군은 매우 강하다"라고 밝혔다.

이는 동부 지역에서 러군의 새로운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건 아니지만, 이달 초 러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뒤 전황 역학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한 언급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미 국방부 역시 역학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 대대 전술그룹은 65개에서 며칠 사이에 76개로 늘었다. 각 그룹은 대개 700~1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동부 진격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아직 '여건조성작전(shaping operations)'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 많은 병력과 지원군 투입 및 지휘·통제능력 강화로 지상 작전 성공 여건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최근 진격을 강화한 지역은 동부 돈바스 루한스크주 포파스나와 도네츠크 및 북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부근이다. 이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주변으로 상당수의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8년간 내전을 벌여온 유럽의 '화약고'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군의 돈바스 진격은 '올 것이 온 셈'이다. 

돈바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기 직전 밝힌 이번 전쟁 명분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를 넘겨주더라도 러시아가 침공을 멈출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휴전을 위한 돈바스 포기를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네츠크주 최남단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민간인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평화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 틀 내에서 연락은 계속되고 있지만 협상 과정의 역학 관계가 남아 있다"고만 전했다. 

◇동남부 진격 강화 예고한 러, 각지 공격 개시…서부 르비우 첫 민간인 사망 발생

러시아군은 개전 한달을 넘긴 지난달 말 동부 지역 완전 장악으로 기존 목표를 수정하고, 키이우 외곽에 주둔한 군병력을 철수해 동부 지역에 총집결시켰다.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래로 북동부 주요 도시에서 민간인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주둔한 루한스크주 크레미나시에서는 대피 중이던 민간인 4명이 적군의 총에 맞고 즉사했다고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전했다.

크레미나 동쪽에서 20㎞ 떨어진 도네츠크 인근에서는 러시아군에 의해 민간인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가 밝혔다.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 공습으로 사망자 3명, 부상자 15명이 발생했다고 올레그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가 전했다.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은 서부 르비우 인근에서도 이뤄졌다. 안드리우 사도우이 르비우 시장은 순항미사일이 떨어져 하르키우에서 피난온 가족 중 아동을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또 미사일 3발이 군 기반시설에 떨어지고 1발은 폴란드 국경에서 약 65km 떨어진 타이어 정비소를 강타해 인근 주택과 차량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에도 르비우주 군사시설을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하긴 했지만, 서부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서부 지역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졌고, 국경을 탈출하려는 피난민이 몰리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 군 포격의 일부는 하르키우 등에 주둔해 있는 우크라이나 군병력이 돈바스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물도록 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여전히 항전 중이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마리우폴에서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 마리우폴은 점령 시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 확보가 가능한 데다, 동남부 전선을 잇는 전략 요충지란 점에서 러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한편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2차 공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군의 포격 진로를 파악하기 위한 레이더와 곡사포를 동원한 훈련이 우크라이나 외부 모처에서 수일 내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커비 대변인은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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