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코드 없는 '롱 코비드'…1년 넘도록 의사들 "병 아닙니다"
- 22-04-19
[롱 코비드]④확진자 19%, 3~6개월 후유증 앓다 병원 노크
1분기 대유행 끝 5월 '후유증 파도'…"진료 가이드라인 시급"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16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완치 판정 이후에도 여러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후유증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후유증(롱 코비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도 대응에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뉴스1이 국립보건연구원으로부터 '국내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연구 과제 및 예산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간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연구 7건에 대해 배정된 예산은 모두 15억7000만원이었다. 1년에 5억원 정도의 예산이 사용됐고 사용될 예정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20년 12월 국립보건원(NIH)에 4년 동안 11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연구 대상자 4만명을 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1년 단위로 따져도 2억8750만달러(약 3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국내 방역당국은 지난 15일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확진 후 만성질환 증가 등 롱 코비드에 따른 미래 질병 부담에 대비하기 위해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체계적 조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 해제로 방역체계 방향을 전환하면서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유증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예산 규모, 연구 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방역당국은 지난해 8월에도 롱 코비드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별도의 사례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발표대로 여러 경로로 연구와 조사가 진행됐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월28일에 발표된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2만1615명 가운데 19.1%에 해당하는 4139명이 진단 후 3~6개월 사이에 1개 이상의 후유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 연세대 의료원 등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시한 후유증 조사 결과 최소 20%에서 최대 79%의 환자가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의 후유증이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은 환자별 특성이나 조사방식 등의 차이가 있어 면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방역당국은 국립보건연구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의 확진자를 포함해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후유증 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간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조사라고 밝힌 이 1000명 단위의 연구도 그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설정한 연구 대상 '1000명'은 그 수가 부족하다며 "인원수를 대폭 늘리고 특히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많기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을 다르게 해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천 교수는 하반기에 중간결과를 한 차례만 공개할 것이 하니라 "1개월·3개월·6개월 이런 식으로 나누고, 급성·아급성·만성 이런 식으로 분류해서 조사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1000명의 연구 대상 숫자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난 31일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000명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숫자"라며 "빅데이터 개방을 통해 민간에서 훨씬 더 많은 숫자, 그 수백만명 이상에 대해서 이런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민간 연구하고 같이 더한다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연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외 다른 국가들보다 국내에서의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이 조금 늦었던 만큼 아직 롱 코비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았다고 보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폭증한 2월 이후 3개월이 지난 5월부터는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몰려오는 후유증 환자들을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수의 의료진들은 먼저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진단코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가가 진정 롱 코비드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려면 진단코드를 부여해야 한다"라며 "진단코드를 부여하면 의사들이 '의심이 된다' '확실하다' 정도는 다 표시할 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해놓고 그 자료를 모아 성적을 내고 그에 맞는 조치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가 롱 코비드를 치료할 수 있는 클리닉을 구성하고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롱 코비드 치료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민간병원들이 먼저 나서 코로나 후유증 전문 치료 센터를 만들고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후유증과 관련한 국내외 연구 조사 자료를 검토한 뒤 조만간 코로나19 후유증을 기존의 의료체계 내에서 적절히 치료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가 포함된 안내문을 '대국민용'과 '의료인'용으로 나누어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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