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조정외] 수신자 없음

조정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수신자 없음

 

누군가는 찌개를 끓이고

누군가는 장례식에 간다

누군가는 책을 주문하고

누군가는 이혼을 한다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피를 뽑는다

누군가는 천국을 말하고

누군가는 돈을 쌓는다

냄새 나는 곱창을 굽고 소주를 붓는

구석진 자리의 등이 굽은 사내가

와 줄 수 있냐는 문자를 몇 차례 보낸다

연탄처럼 매캐한 자정을 넘기고도

답은 누구에게서도 오지 않았다

누렇게 바랜 벽지를 뜯다 만 듯한 귀퉁이

너덜너덜한 생이 아직 붙어있는 건

시가 끝나지 않았고

두부를 넣어 찌개를 끓이고 있을 누군가 때문일까

모퉁이에 눈이 풀린 광고 글귀 한 줄

 

곤경에 처했을 땐 문자를 보내지 말 것


한국화이팅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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