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회백] 설타나 침몰사건, 세월호 침몰사건 8주년에 기하여
- 22-04-16
이회백 의사(머서 아일랜드 거주)
설타나 침몰사건, 세월호 침몰사건 8주년에 기하여
티 에스 엘리엇(T.S. Eliot)이‘황무지’란 시에서 말했듯이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제주 4ㆍ3사건이 4월에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도 4월16일에 일어났다. 4ㆍ19가 4월에 일어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우연히 미국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된 렉싱턴 전투(Battle of Lexington)도 4월19일에 일어났다.
링컨대통령이 암살당한 날도 4월(14일)이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최대 선박 조난 사건인 설타나(SULTANA) 침몰사건도 4월(27일)에 일어났다.
설타나 침몰사건이란 1865년 4월 27일 약 2,400명의 승객을 태우고 미시시피강 상류로 항해하던 설타나호가 새벽 2시 테네시주 멤피스 상류 7마일 되는 지점에서 보일러가 폭발, 불이 나면서 떠내려 가다가 7시간 후에 가라앉아 1,800명이 사망한 참극을 말한다.
이 사건은 1912년 4월 15일에 일어난 타이타닉 호의 희생자 1,517명을 능가하는 대 사건이었음에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미국인들조차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2%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4년이란 긴 세월을 전쟁에 시달린 국민들이 더 이상 인명희생 소식을 듣지 않은 심리와 이때 대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연유로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사건이란 첫째 4월9일 남부군 로버트 리 장군이 북부군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함으로써 4년에 걸친 전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소식이다.
둘째는 닷새후인 4월 14일에 전쟁 시발점이 된 섬터 요새(Ft. Sumter)에 반란군 국기가 내려지고 연방 성조기가 다시 올라가 전국(최소한 북 연방측)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던 바로 그날 저녁 링컨 대통령이 연극 관람중 암살범의 총에 맞아 다음날 새벽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셋째는 11일 후인 4월 26일 남부군 조세프 존스턴 장군이 북부군 윌리엄 셔먼 장군에게 항복했다는 소식과 함께 대통령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가 연방군에 의해 사살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런 대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그 다음날 발생한 설타나 폭발사건은 큰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타이타닉 희생자 대부분이 부유한 상류사회 계급이었던 반면 설타나 희생자가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가난한 무명의 전쟁 포로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도 이 사건이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 원인이다. 이 사실은 이 사건의 또 하나의 비극적인 면이다.
설타나의 폭발 주요 원인은 과도하게 많은 승객을 실었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주로 선장과 승선책임을 맡았던 병참장 벤튼 해치(Benton Hatch)에 있었다. 그가 이러한 요직에 오를수 있었던 것은 그의 형 오지야스 해치(Ozias Hatch)가 링컨의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서 그의 부탁을 링컨이 들어준 탓이다.
링컨은 자기의 호의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리라고는 물론 상상 못했을 것이고 그는 이런 사고를 보기 전에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단 한 사람의 처벌도 없이 흐지부지되고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8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그만 우려 먹어라”는 측과 진상규명을 외치는 측으로 갈라져 있다. 설타나의 희생자 대부분이 가난한 전쟁 포로 였듯이 세월호 희생 학생의 대부분이 가난한 집의 자녀였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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