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시 핵 배치"…美 "가볍게 볼 수 없어"

나토·유럽 한복판 칼리닌그라드 핵 대비태세 가능성…확전 우려 고조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복'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14일(현지시간) 발트해에 핵 배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정보당국 수장은 이 같은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이날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발트해의 비핵화 상태는 더이상 불가능한 얘기가 된다"며 "균형이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부디 상식적이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핵 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앞마당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는 2008년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총리로 물러났을 때 대통령을 지낸 뒤 2012년 푸틴의 재집권과 함께 총리로 '자리교체'를 했던 인물이다. 푸틴에겐 '믿음직스러운 심복'이란 의미다. 현재는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그의 발언을 푸틴의 의중으로 해석해도 무방한 이유다.

메드베데프가 언급한 발트해는 러시아 최서단 칼리닌그라드를 가리킨다. 나토 영토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베를린과는 불과 500km 남짓 거리에 있다. 원래 독일 땅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논의한 포츠담 회담 결과 소련에 편입됐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이곳에서 배타적 지위를 갖고 있다.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한다는 건 유럽 대륙과 나토 한복판을 직겨냥하겠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 핵 배치 위협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이곳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위협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건 7주째 계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대 가능성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지목된다. 나토가 동유럽 국가들을 야금야금 가입시키기 시작하면서 이제 러시아 서부 국경을 맞댄 국가 중 나토 땅이 아닌 곳은 핀란드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뿐이다.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있어 한때 소련 영토였던 발트3국의 나토 합류만큼이나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러시아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위력의 3분의 1에 불과한 전술핵을 2000개 가량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핵 억지력의 핵심은 엄청난 위력으로 공멸에 이를 수 있다는 상호확증파괴(MAD·적의 핵 공격 시 보복 전략) 위협에 있었는데, 전술핵은 그 틈을 파고들어 '한 번쯤 사용해봄직한' 무기로 인식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계속 수세에 몰리면 생화학무기와 함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서방 당국의 관측이 재차 나오는 까닭이다.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에도 이런 위협은 현실이 됐다. 이날 아르비다스 아누사우스카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현지 언론에서 "칼리닌그라드에는 늘 핵무기가 보관돼 왔다"고 전했다. 즉, 러시아의 위협이 더이상 핵 '배치'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미국 당국도 러시아의 핵위협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조지아공대에서 가진 공개연설을 통해 "1945년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최대 공격(우크라이나 전쟁)이 핵무기 사용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며 "우리 누구도 전술핵이나 저위력 핵무기 사용 위협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유럽의 대표적인 중립국이지만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나토 가입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마그달레나 아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나토 가입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 왔지만, 최근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린 총리는 "수주 내로 가입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나토는 태생부터 냉전의 양축 소련의 안보 동맹 바르샤바조약기구와 대적하는 미국 및 서방 진영의 집단안보체제다. 주적은 러시아이며, 나토의 모든 동유럽 전개 병력 및 미사일은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옛 소련의 위성국이자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Δ폴란드 Δ불가리아 Δ체코 Δ헝가리 Δ루마니아 Δ알바니아가 몽땅 현재는 나토 회원국이다. 소련 영토였던 발트 3국 Δ라트비아 Δ리투아니아 Δ에스토니아도 가입했다. 이 밖에 Δ슬로바키아 Δ크로아티아 Δ몬테네그로 등 1997년 이후 동유럽에서만 총 12개국이 '러시아의 적' 나토 땅이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한창이던 작년 말 미국과 나토에 보낸 외무부 서면을 통해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제안했는데, 이 핵심이 바로 동유럽 12개국에 배치된 나토 병력과 미사일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가입 등 추가 동진을 멈추라는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으로부터 이 요구를 무시 당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만큼,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확전 우려 요인일 수밖에 없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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