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우크라 전쟁 장기화…10여개 신흥국 연쇄 국가부도 '위기'

유엔, 에너지·식량·금융 트리플 위기 '퍼펙트 스톰' 경고

 

세계 경제가 식량, 에너지, 금융의 트리플 위기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장기화할 위험이 커졌고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바이러스처럼 전쟁은 가장 취약한 영역을 파고 들기 마련이다. 서방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며 제재를 가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인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바이러스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더 많은 신흥국에서 연쇄적으로 국가부도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에너지·식량·금융 트리플 위기…"퍼펙트 스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경제를 강타했고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전쟁의 영향력에 피해를 입을 위험이 커졌다고 유엔은 1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유엔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식량, 에너지, 금융의 위기라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 생겼다며 "전세계 수 십억 인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는 3년차에 접어든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변화 등으로 이미 막대한 압박에 놓여 있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더해지며 세계경제 위기는 배가됐다. 양국은 주요한 원자재 수출국이며 서방은 전례가 없는 수준의 제재를 러시아에 가했다. 그리고 세계 시장은 균형을 잃고 흔들릴 위험에 노출됐다. 

세계 밀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위기가 불거졌다. 전쟁 이후 3월 글로벌 식품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4% 뛰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이 수입의 과반을 차지하는 국가는 36개에 달하는데 이 중에 최빈국들이 다수 포함됐다. 

또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주요한 수출국이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세계 비료수출의 1/5를 차지한다. 유가는 전년비로 60%, 비료가격은 2배 이상 올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빈곤에 허덕이는 약 17억명이 식량과 에너지 및 재정 붕괴에도 매우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구매력을 갉아 먹고 개발은 지체되고 성장은 후퇴할 수 있다. 그는 "수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지난 9월 이후 부터 오른 금리에 넘치는 채무으로 가라 앉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스태그네이션이 합쳐진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의 악순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리랑카 디폴트…신흥국 도미도 부도 위험

벌써 전쟁의 여파는 신흥국에 도달했다. 서방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했지만 국가부도는 아시아의 빈국 스리랑카에서 가장 먼저 들려왔다.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외환위기의 스리랑카가 치솟는 유가와 식품가격에 결국 12일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한 것이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더 심각한 디폴트를 막고 연료와 같은 필수품을 수입할 때 필요한 외환을 지키기 위해 결국 대외채무 상환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오랜 족벌정치, 감세, 예산관리 부실, 코로나19 등에 따른 것으로 이미 상다한 경제위기에 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와 식품 가격이 치솟으며 부족한 외환을 거의 소진하기에 이르며 결국 국가부도 사태까지 빚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193000만달러인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외 채무는 40억달러 수준이다. 당장 7월 갚아야할 대외 채무가 10억달러다.

더 큰 문제는 스리랑카가 신흥국 사이 연쇄 부도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마르첼로 에스테바오 글로벌 실무담당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채무상환을 지속할 수 없는 신흥국은 10개국 넘게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전쟁으로 당장 피해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의 이코노믹인텔리전스유닛(EIU)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지만 식품 가격, 관광업, 무기 공급 측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

EIU 보고서는 "동남아시아와 남부 아시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료와 곡물에 상당히 의존하는데 이로 인해 농업계에 차질이 유발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 EUI는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모인 동북아시아 역시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희귀 가스 공급 차질에 일부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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