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평화협상 막다른 길"…전쟁 지속 의지 시사

부차 참상 공개 이후 첫 공식 발언…"민간인 학살 주장은 '가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현지시시간)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이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면서 전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러시아 극동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회견은 이른바 '부차 학살' 논란 이후 푸틴 대통령의 첫 공식 언급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어김없이 혐의를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미국의 시리아 라카 공격에 비교한 뒤 부차 관련 주장은 '가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한 서방국의 행위와 유사하다"고 비판한 뒤, "부차의 사진도 같은 종류의 가짜"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2014년 시리아 내전 당시 이슬람국가(IS) 축출을 명목으로 라카를 공습한 뒤 당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는 공식 부인했는데, 이런 점을 들어 현재 미국의 대러 비난 행태를 에둘러 비난한 것으로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7주간의 공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군사작전은 최종 임무가 완수돼 작전 시작단계에서 정한 과업이 달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특별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밝힌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와 '비나치화' 그리고 동부 돈바스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문제 해결이다. 러시아군은 현재 동남부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서방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부차 학살로 멈춰선 평화협상…우크라 "러의 협상 무산 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지 나흘 만인 지난 2월28일 벨라루스에서 휴전을 모색하기 위한 평화협상을 개시했다. 3월29일 협상 결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지에서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러시아군이 퇴각한 부차 등 키이우 외곽 소도시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뒤 그간 러군이 민간인에게 가했던 잔혹한 학살 참상이 공개되면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부차에서만 300여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으며, 호스토멜 등 인근을 포함하면 400구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이 중엔 손발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거나 신체 일부만 발견된 경우도 많았다.

러시아 측은 부차의 참상을 고발한 사진과 영상은 조작됐다며 부인했지만, 서방은 추가 제재를 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토록 잔인한 행태에도 협상을 해야 하는 처지를 호소하며 재차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회담은 사실상 멈춰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화상으로 대화를 이어오고 있지만, 대화 재개 사실이 공식 확인된 건 지난 1일 화상 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수석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협상이 매우 어렵다"며 "러시아는 협상 과정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전통적인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러 고립 시도 실패할 것…'분별' 되찾아 제재 완화 이뤄지길 바라"  

푸틴 대통령은 최근 루블화 환율이 회복된 점을 들어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블리츠크리그(기습공격)'를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와 소련의 우주 계획 성공은 러시아가 어려운 상황에서 눈부신 도약을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라면서 "제재와 고립은 완벽했지만 소련의 여전히 우주 1위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방에 의해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고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프트에서도 배제된 점과 관련해선 제재로 인한 장기 영향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자국 경제가 10% 역(-)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궁극적으론 서방이 '분별'을 되찾아 제재 완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위기로 인한 물가 급등은 불가피하게 서방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것인 반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러시아 대중의 지지는 여전히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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