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좋은 시-송명희] 오리 탓이야

송명희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오리 탓이야

 

울타리보다 높이 땔나무를 쌓아 둔 집 마당

부엌에서 솔잎 가득 품고 퍼지는 연기가 송편 향이다

, 한국 사람 집

화가 난 듯 퉁명스러워 보여, 맞네, 한국 사람 맞네

무말랭이는 덩굴로 만든 바구니 안에서 몸을 배배 뒤척이고

무청 시래기는 줄 사이에 엮여 얼굴이 누렇게 떠 있다

나를 내려다본다. 얼기설기 묶인 줄이 보인다

햇살이 요란한데 막대기로 이불을 패는 소리도 시끄럽다

허 참, 두꺼운 면실 솜이불은 옛일인데

오리털이 헝겊 안에서 날아다니는 세상인데

한단 가득 묶은 나무를 태우면, 연기에 놀라

오리가 세상 밖으로 푸드덕 날아오를 텐데

이불 안에서 오리가 겅둥거리며 나를 쫓아온다

그래, 내가 이렇게 바쁜 이유는

다 오리 탓이야.

사실 난, 드센 오리들 비위 맞추다가

이렇게 늙어버린 거야

모두 오리 탓이야, 오리 탓

너무 빨라 너무

 

<해설>

이민자의 삶은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과 모험의 길을 가지만 가슴 속엔 향수의 강물이 흐른다

이 작품 속에서도 시인은 한 이민자로서 향토색 짙은 서경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으려 한다. 그는 나무울타리 마당, 솔잎 연기, 그리고 송편향 깊은 고향을 그리며 이민사회의 생존의 줄에 묶인 무말랭이 같은 자신의 모습에 연민한다. 

그의 이국의 삶은 솜이불을 버리고 오리털 이불을 덮는 편리함과 빠른 속도의 낯선 문화에 휩쓸린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오리는 그의 드센 이민문화를 상징하며 자아를 잃게 하는 촉매제로 기능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가 기계화와 빠른 속도의 이민사회 속에서 자아상실을 발견하므로 서 마침내 그가 진정한 자아를 탐색할 수 있으리라는 비전을 담지하고 있어 그 문학적 가치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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