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 한달, 헤르손의 일상…"배고픔·질병이 우릴 죽일 것"

의약품 식품 모두 고갈…러, 인도주의적 물자 안 줘

헤르손 여전히 러 통제…마을 떠나려면 검문소 거쳐야

 

지난 3월 3일, 우크라이나 침공 8일차에 접어들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했다. 그로부터 한 달 가량이 지난 3월의 마지막 날, 헤르손의 사람들을 힘겹게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다. 

31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러시아군이 최초로 점령한 남부 도시 헤르손 주민 6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생활을 보도했다. 이들 6명은 자신의 성을 공개하길 꺼렸다.

구급차 직원인 키릴로는 "한 달만 더 있으면 이 곳을 폭격할 필요도 없다"며 "배고픔과 질병이 우릴 죽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정도로 헤르손은 심각한 의약품과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인슐린과 필수 약물들은 첫 주 안에 다 떨어지기 시작했고 고기와 채소를 구할 수는 있지만 전쟁 전 가격의 두 배가 올랐다. 러시아군이 인도주의적 식량을 들여보내주지 않아서다.

키릴로는 "약국 진열대는 비어 있다"며 "물 밖에 없다"고 했다.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민간인들의 집을 방문해 여분의 약들을 구매하고 나섰다. 

부상이나 질병이 치명적이지 않다면 그 어떤 도움도 받기 힘들다. 구급차를 내보낼 연료조차 소진됐기에 그렇다. 키릴로는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구급차를 몰지도 않는다"고 했다. 

식량도 부족하다. 러시아군이 인도주의적 식량 공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홍보 담당자였던 알료나는 "그들은 인도주의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며 "한 달 동안 그들은 음식을 들여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지역 양계장이 사람들에게 닭을 나눠줘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헤르손에 머물고 있는 이고르 콜리하예프 헤르손 시장은 "닭들도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는 환경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을 되찾기 위해 외곽서부터 진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 주 헤르손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을 되찾기 위한 공세를 펴면서 "위험한 도시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변두리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헤르손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있다고 한탄했다.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음에도 시위대는 여전히 도시의 주요 광장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4살의 판매원 마리아는 "우리는 러시아에 점령됐지만 우크라이나와 함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안전 역시 보장받지 못한다. 러시아군이 시위대와 전직 군인들을 붙잡아 어딘지 모를 곳으로 데려가곤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AFP 통신과 통화한 모든 주민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어떤 종류의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 같다"며 "무장을 한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대학 강사인 테야나가 설명했다.

헤르손의 낮도 힘들지만 밤은 더 힘들다. 테야나는 "인근 체르노바예프카에서는 밤만 되면 싸움이 치열해진다"며 "매일 밤, 우리는 총 소리에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헤르손 외곽의 러시아 통제 하에 있는 마을의 생활 양상은 급격하게 변했다. 이동하려면 러시아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가구 판매원인 마리아는 헤르손 인근 마을에서 일했지만 러시아 침공 이후 일터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곳에 가려면 러시아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탓이다.

마리아는 "그들은 모든 것을 뒤진다"며 "그들은 핸드폰과 내밀한 문자들을 다 확인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삭제해야 한다"고 회고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러시아가 이러한 공격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전하면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는다고 한다. 

마리아는 더 이상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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