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왜, 어떻게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를 원하나
- 22-04-01
"가스 대금 루블화로 안 내면 공급 끊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비우호국가들은 당장 4월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시행령에 서명했고, 시행령은 즉각 발효됐다.
러시아 은행이 제재로 접근이 힘들기 때문에 국영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루블화 계좌를 이용하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번 시행령은 유럽과 미국 주도의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외환 보유액의 절반에 접근조차 막히면서 푸틴 대통령이 꺼내든 '반격카드'라고 볼 수 있다.
유럽은 사용 가스의 1/3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공급이 끊기면 당장 대체재를 마련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결국 유럽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도록 내몰아 제재를 무력화할 심산이다.
푸틴 대통령이 요구한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가 질문과 답변식으로 정리한 것을 추려봤다.
1. 러시아는 왜 루블화 결제를 원하나?
결제 통화를 루블로 바꾼다고 해도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에 별 차이는 없다. 유럽이 유로로 지불하면 러시아는 제재로 인해 외환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막대한 외환을 확보해 수입물품을 사거나 외국에 이자도 지불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유럽이 루블로 대금을 결제하면 루블화를 지지할 수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ICIS에 따르면 유럽이 러시아 가스공급에 대해 매일 지불하는 금액은 3억5000만달러로 추정된다. 로이터의 추정금액은 2억~8억유로(최대 8억8000만달러)다.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기업들이 유로로 대금을 지불해도 러시아 수출 기업들은 정부 명령하에 모든 매출의 80%를 루블화로 바꿔야 한다. 유럽 수입업체들이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하면 제재명단에 포함된 러시아 중앙은행과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루블화 결제 요구는 다분히 정치적 노림수일 수 밖에 없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고안한 제재를 스스로 위반하게 만들어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라보방크의 바스 반 게펜 수석거시전략가는 FT에 "우크라이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고 답례로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에 대한 결제를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확정했다"며 "루블화 결제는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루블화 결제 요구는 서방이 스스로 만든 제재를 회피하거나 아니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을 완전히 끝내야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러시아에 불리한 것만 같았던 상황은 이제 갑자기 역전됐다. FT는 '갑자기 러시아의 입김이 더 세졌다(more leverage)'며 '러시아 중앙은행에 가했던 제재는 에너지 공급에서 예외라는 조항을 뒀고 러시아는 이러한 제재의 구멍을 활용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스대금의 루블화 결제에 대해 러시아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 소재 BCS의 론 스미스 수석 원유가스 분석가는 루블화 결제 요구에 대해 "상업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며 "러시아 중앙은행에 가해진 제약에 따른 불편함을 유럽 기업에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제재를 부분적으로 전복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2. 글로벌 무역에서 달러와 유로를 저해할 것인가?
러시아를 포함해 전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혹은 국부펀드를 통해 수 십억 달러를 보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러가 글로벌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기축 통화'(default currency)이기 때문이다. 영어 default는 채무상환 불이행, 다시 말해서 갚을 돈이 없다는 의미로 모든 수의 기준이 되는 영(zero, 0)이 연상되는 단어다. 따라서 기축통화는 세계 각국 통화 중에서 기준이 되는 돈을 의미한다. 그리고 모든 위기 속에서 각국은 자국 통화를 지지하거나 채무를 상환해야 할 때 달러, 유로 등 기축 통화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주 골드만삭스는 "세계 원자재 거래에서 구조적 변화로 인해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보유하는 것을 점점 더 꺼리면 달러 가치 절하(depreciation) 혹은 달러 약세를 막거나 늦추기 위한 실질 금리의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또 다른 기축통화인 유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러시아는 달러와 유로의 금융시스템에서 자국 자산을 동결한 서방의 제재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미국 혹은 유럽연합(EU)에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러시아를 따라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지정학적으로 좀 더 같은 선상에 있는 국가들의 통화를 불황에 대비한 자금에 더 담고 싶어질 수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제재를 더 많이 사용할 수록 제3국들이 달러 중심 교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이 더 강해져 이를 상쇄하고 다각화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 언제, 어떻게 루블화 결제가 이뤄질 수 있나?
푸틴 대통령이 공포한 새로운 시행령에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러시아에 적대적으로 규정된 국가에 속한 수입 업체들은 가즈프롬뱅크에 외국 통화와 루블화로 계좌를 모두 개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즈프롬뱅크는 러시아 국영가스공사 가즈프롬의 은행으로 영국은 제재대상에 포함했지만 미국과 EU 제재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시행령에서 러시아 중앙은행, 세관, 각국 정부기관이 새로운 시스템을 10일 안에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가스 이외에 원유, 금속, 비료 등 다른 원자재 결제 방식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은 납부기한이 5월인 대부분 4월 인도분 가스물량에 대해서 일단 유로로 한 달 더 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4. 계약은 어떻게 되고 가스 수입국들은 어떤 반응인가?
물론 유럽 국가들은 반발한다. 대부분 유로와 달러로 청구되는 공급 계약은 "원래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밝혔다. 결국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을 대비중이라고 봐야 한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업계에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정 시간 단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가즈프롬은 3년 마다 가스 공급계약의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재협상을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계약건에 대해 새로운 통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FT는 지적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문제는 스톡홀름 중재재판소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가즈프롬의 공급 계약 건수는 수 십개에 달하고 조건 변경은 오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5. 러시아가 진짜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까?
가스 공급중단은 가즈프롬과 가즈프롬을 소유한 러시아 정부의 수입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가즈프롬은 큰 운영상 어려움 없이 거의 즉각적으로 유럽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BCS의 스미스 분석가는 "유정(oilfield)과 달리 가스전은 상대적으로 차단하기 쉽고 시설 피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부 가스가 중앙아시아 혹은 터키와 같은 지역으로 우회적으로 갈 수 있지만 러시아는 아마 대부분 가스 생산을 저장시설에 담아 둘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예상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수출을 중단해 저장시설이 생산된 가스로 가득 차게 되면 가스생산은 중단되어야 한다. 다른 시장으로 파이프라인의 송유 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최대 동맹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할 길은 현재로서는 없다. 가즈프롬이 유럽에 보내는 가스는 주로 시베리아 서쪽에서 생산하는데 서시베리아와 중국를 연결하는 가스관은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 몽골을 통해 중국으로 연결될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려면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스미스 분석가는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시애틀영사관, 시애틀국제영화제 특별후원
- KWA 대한부인회 올해 장학생 선발한다
- 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 합창대회서 코가한국학교 ‘대상’(+영상,화보)
- 조기승 회장 모친상속 14대 서북미연합회 힘찬 출발(+화보)
- 104세 생일 맞은 오리건주 최장수 신명순 할머니 생일잔치 열려
- [시애틀 수필-문해성] 글월 문, 바다 해, 별 성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2)
- [서북미 좋은 시-이매자] 아버지의 등
- 워싱턴주 한인교계 큰별 박영희 목사 별세
- [부고] 조기승 서북미연합회 회장 모친상
- [공고] 제 35대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임시이사회 및 총회
- 워싱턴주 한인그로서리협회(KAGRO) 회원 권익과 안전 위해 최선
- “한인 여러분, 핀테크를 통한 재정관리ㆍ투자 알려드립니다”
- 시애틀 한인마켓 주말세일정보(5월 3일~ 5월 6일, 5월 9일)
- 샘 심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수치심에서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 시애틀 롯데호텔 '미국 최고 호텔 7위' 올라
- “샛별문화원으로 한국문화 체험하러 왔어요”
- "시애틀 한인여러분은 하루에 몇마일 운전하시나요?"
- 한국 아이돌 엔하이픈 시애틀서 멋진 시구에 이치로도 만났다(영상)
- 페더럴웨이 청소년심포니 오케스트라 봄 연주회
- 린우드 베다니교회 이번 금~토 파킹장 세일
시애틀 뉴스
- 시애틀시내 전기차 충전 이렇게 이용하면 된다
- UW 땅이 인디언과 관련돼 있다고 교수와 학교측 법정싸움
- 보잉 "또"..이스탄불서 767 앞바퀴 안내려와 동체착륙
- UW 시위대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잉과 관계단절 안할 것”
-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 "영업부진? 답은 결국 매장에 있다"
- FAA "보잉 787드림라이너 기록 위조 등 조사중"
- 시애틀지역 집값 12% 올랐다
- 시애틀서 주택 리스팅 가장 좋은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 시애틀 이번 주말 처음으로 80도 돌파한다
- <속보> I-90서 탈출했던 얼룩말 1주일만에 발견됐다
- 시애틀 적자예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 시애틀 경찰관들 연봉 엄청 오른다
- 워싱턴주 스포캔 ‘색션 8 바우처’ 다시 배포한다
뉴스포커스
- 온라인 싸움이 현실판 살인으로…50대 유튜버들 현피 뜨다 사망
- 14조8000억 투자 '밀물'…기업들, 앞다퉈 '새만금 산단'에 새 둥지
- 尹 대통령, 김건희·채상병 특검 사실상 거부…檢·공수처에 쏠리는 눈
- 윤 대통령 "제 아내 처신 사과"…사전 독회 때 없던 발언 '진심' 드러내
- 대통령실, 日 네이버 라인 탈취에 "철저하게 네이버 이익 위할 것"
- '여친 살해' 의대생 "범행 뒤 옷 갈아입었다"…계획범죄 정황 추가
- 이재명 대표, 미뤄온 치료 위해 입원…윤 대통령 기자회견엔 잠잠
- 日서 韓유학생, 여중생 성추행 혐의로 체포…"고의 아니었다" 부인
- '30억 위자료 소송' 노소영-최태원 동거인, 오는 8월 22일 1심 선고
- "지금 뭐라도 해야 할 때"…'외국 의사 도입'에 환자들은 일단 '환영'
- "부모님 부양만도 벅찬데 아이 어떻게"…결혼·출산 주저하는 3040
- 부산지법 앞 칼부림 50대 유튜버 경주서 검거…피해 남성은 사망
- 文 전 대통령, 퇴임 2년 만에 첫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필리핀서 탈옥
- '잔고 위조' 尹 장모 최은순 가석방 '적격'…14일 석방될듯
- '중학교 동창 여친 살해' 수능만점 의대생 구속…"도망할 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