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동부에 집중?…"키이우 포격 계속했다"

러, '군사 규모 축소' 의사 밝혔지만 계속해서 공격

'협상 성과' 두고도 입장 바뀌어…"우크라와 진전 없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제안을 일축한 가운데 군사 작전을 동부에 집중한다고 해놓고도 키이우에서도 포격을 이어갔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평화협상에서 키이우를 중심으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다음날 곧바로 키이우를 포함한 여러 지역을 타격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장거리 공격을 이어가면서 군사 목표물이라고 규정하는 곳을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장비를 파괴하고 돈바스 지역의 대형 창고 2곳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키이우를 에워싸던 러시아군의 20%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이는 철수가 아닌 부대 재배치의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군사 규모 축소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키이우의 북쪽과 북서쪽 방면에서 러시아군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체르니히우와 수미를 공격했던 부대 일부도 벨라루스로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배치된 러시아군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열을 재정비해 다른 곳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협상단에서 요구한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함에 따라 러시아 측이 밝힌 '키이우와 체르니히우를 중심으로 군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분석이다. 

◇ 이스탄불 협상 성과 두고 입장 갈리는 러…"건설적 협상"vs"진전 없어"

미국의 경계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러시아의 공격에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스탄불 협상에서의 성과를 두고 평가가 갈렸다.

러시아 협상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스탄불 협상을 끝마친 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우려 사항 중 많은 부분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건설적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에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중국에서 열린 회담에서 '러시아가 군사 규모 축소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메딘스키 보좌관이 이스탄불에서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그의 발언 내용을 철회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 간의 회담은 분쟁의 전환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양측이 진전을 이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의 성과와 관련해서도 "특별히 유망한 것이 있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대통령은 "우리군이 어떤 종류의 후퇴도 하지 않고 있다"며 "메딘스키가 뭔가 잘못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걱정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에게는 100년 앞을 내다보는 지휘관, 대통령, 지도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의 군사 축소 약속을 두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도 역시 미 국방부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전국에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고 여전히 그들이 우리나라를 향해 공격을 가할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러, 돈바스에 집중하지만 최근 우크라군에 밀려...우크라 일부 마을 탈환


WSJ는 우크라이나 내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꼽았다. 마리우폴은 약 한 달 동안 러시아군에 포위됐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의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마리우폴의 민간인 사망자수를 5000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한편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화회담을 약 한 시간 동안 진행했지만 '마리우폴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이 항복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비얀스크, 세베로도네츠크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데 실패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주 동안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미콜라이우, 하르키우, 수미 지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반격을 가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8일 전략적으로 중요한 마을인 키이우 북쪽 이르핀과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외곽에 있는 마을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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