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회백] 박치기(headbutt)한 자의 죄와 벌
- 22-03-28
이회백 의사(머서 아일랜드 거주)
박치기(headbutt)한 자의 죄와 벌
지난 2016년 월드컵 결승전 당시 프랑스팀 주장인 지네딘 지단이 이탈리아팀 선수인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아 넘어뜨려 세상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지단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으며 연장전에서 2대2 동점으로 끝나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가르게 돼 결국 프랑스가 4-5로 패배했다.
지단은 사과는 했지만 후회는 결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었는데 10여년이 지난 후 마테라치의 인터뷰에서 이유가 밝혀졌다. 마테라치가 경기중 지단과 세번이나 부딪쳤고 지단은 “경기가 끝난 뒤 내 옷을 너에게 주겠다”고 제안을 했으나 마테라치가 “나는 네 옷보다 네 여동생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단은 알제리 독립전쟁 전에 프랑스로 이민 온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자기 어머니를 향해 ‘테러리스트’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가 이런 인종차별로 인해 성격이 다소 과격해진 게 아닌가 싶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가 머리로 우크라이나 가슴을 들이받는 격이다. 지단과 같이 러시아도 아무 이유없이 들이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자기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들 조지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도 이라크가 장차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라크, 그리고 나토에 가입한 우크라이나, 누가 더 위협적인가.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에는 왜 다들 잠자고 있었을까? 가만 있기는 커녕 영국 토니 블레어는 미국의 침공을 도와주지 않았던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문에 생긴 중동 피난민을 적극 막으려고 했던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은 열렬하게 환영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것이 인종차별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저런 이유로 러시아로서는 부당한 차별을 당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지단이 마테라치에게 당한 모욕은 고려되지 않고 레드카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유엔에 의해 141대 5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국가 간 분쟁은 축구장의 분쟁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복잡하다. 누가 먼저 잘못을 시작했고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도 가려내기 힘들다. 어느 시점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도 판단하기 힘들다.
한국전쟁의 시작도 6ㆍ25가 아니라 8ㆍ15라는 사람도 있다. 시카고대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자신의 저서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에서 한국전쟁의 원인을 이조시대까지 올라가 지주, 소작농까지 다루고 있다.
세상에 완전한 정의란 없다. 완전한 정의를 구하려 하다간 무법천지가 되고 만다. 레드카드가 부당하다고 퇴장을 안한다고 한다면 그 경기는 끝이 날 수 없다.
야구경기에서 1루수 심판이 오판하는 바람에 투수로서는 매우 중요한 기록인 ‘퍼펙트 게임’이 사라진 적이 있다. 심판 자신이 오판했음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법칙상 번복할 수 없었다. 아무리 억울하다 치더라도 레드카드를 받았으면 나가야 한다.
러시아도 레드카드를 받았으니 우크라이나에서 퇴장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세계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러시아를 위해서 좋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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