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점도 스텔스도 못막아…"하와이·몰디브로" 해외여행 빗장 풀렸다

여행·항공업계 반색…인천공항 이용자 전년比 3배 ↑

미국·유럽 스텔스 오미크론 유행…국내 확산세 우려

 

"이번 주말에 결혼합니다. 제주도로 이미 예약을 해놨는데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도 풀리고…억울하네요."

"5월 결혼 예정인데 해외로 알아봐야 할지 너무 고민됩니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계획 중인데 다들 여행사 통해 가시나요? 괜찮은 곳 추천해 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 11일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한 후 결혼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해외 신혼여행과 관련한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 '몰디브행 항공편 싸게 예약하는 법'…커뮤니티선 "허니문, 해외로"

21일부터 백신을 다 맞은 사람은 해외에서 들어올 때 7일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은 누구나 격리를 해야 해 해외 여러 나라가 빗장을 풀어도 직장인의 경우 쉽사리 비행길에 오르기가 어려웠다. 자가 격리 기간까지 휴가 기간에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담이 사라지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곳곳에서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특히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최근 해외 신혼여행과 관련된 글만 하루에 수십 개가 올라온다. 이달 말이나 4월 중 결혼을 앞둔 이들은 마음이 더 급하다. '제주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와이나 몰디브 중 어디로 가면 좋겠냐'는 고민부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비행기부터 알아보라'며 해외를 적극 권장하는 게시물도 있다. 여기엔 하와이나 몰디브, 멕시코 칸쿤 등 유명 신혼여행지로 가는 항공편과 숙소 예약을 마쳤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특정 국가로 가는 항공편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이른바 '꿀팁'도 전수한다. 게시판을 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색할 정도다.

◇ 4월부터 여행 정상화…"올해 국제선 여객 3800만명" 예상

이 같은 움직임에 공항 및 항공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주요 여행 플랫폼 및 여행사엔 해외여행을 문의하는 수요가 몰린다. 인터파크투어가 정부의 격리 면제 발표가 있었던 지난 일주일간 해외 항공권 예약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월 동기간 대비 항공권 예약은 234% 증가했다. 홈쇼핑 업계도 해외여행 패키지를 연달아 선보이며 여행객 선점에 분주한 모양새다.

신혼여행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사 허니문리조트 관계자는 "당장 3월 말, 4월 초 결혼을 예정 중인 신혼부부들의 해외여행 문의가 정부 발표 이전과 비교해 5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면제 시행 첫날인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이용객들이 수속을 위해 줄을 서 있다. 2022.3.2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자가격리 면제 첫날이었던 21일에 이어 22일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 수는 각각 1만1334명, 1만789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6401명, 3028명) 대비 2~3배 늘었다. 코로나19가 국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20만명 안팎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아직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용객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국제선 여객 수요를 예측하면서 3개의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해외여행이 시작될 경우 국제선 여객은 최대 3800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승객이 크게 줄어 현재 1터미널의 경우 출국장 6개 출입구 중 2개만 운영 중이다. 2터미널의 경우 출국장 2개를 모두 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수요 회복에 맞춰 입·출국장 확대는 물론 체크인 카운터와 보안 검색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공항을 오가는 대중교통편도 증편할 계획이다. 

22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센터 앞에서 입국자가 대기하고 있다. 2022.3.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유류세 인상·'스텔스 오미크론' 유행은 변수

다만, 유류세 인상으로 항공 운임이 오르고 있고 해외에선 '스텔스 오미크론'(BA.2형)도 확산 중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행의 정점을 지나 본격적인 감소 추세로 전환되는지 여부는 이번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유행 정점에 대한 정부 예측 모델이 최근 이뤄진 방역 완화 조치를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점 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많다. 

여기에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30%가량 강력한 스텔스 오미크론의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2월4주~3월3주) 스텔스 오미크론의 국내 검출률은 '10.3%→22.9%→26.3%→41.4%'로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 기간 해외유입 사례 중 검출률은 18.4%에서 56.9%로 급증했다.   

실제 영국과 프랑스 등 한국보다 일찍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해외 국가에서는 스텔스 오미크론 감염이 퍼지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가 국내 상황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갈수록 방역을 완화하는 상황에서 해외여행객마저 늘면 국내 유행 규모는 증가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이런 상황에 대해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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