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독재자"…바이든, '푸틴 제거'로 전략 수정했나
- 22-03-20
FT "바이든 강경 발언, 외교적 해법 희망에 찬물 끼얹었다"
NYT "바이든, 러와 갈등 개인화…두 정상 간 수년간 적대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주차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포기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게 할 외교적 해법 찾기 노력이 한창이다.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뿐 아니라 주요 도시와 핵심 민간 인프라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포격과 폭격 그리고 이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양자 회담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돌연 미국 쪽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칭하면서 행정부에 "전범" 행위 조사를 지시했다.
하루 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침략을 "중단할 준비가 됐다"는 징후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전하면서 "외교적 해법에 대한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미 의회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 기념 오찬에서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부도덕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완전 깡패이자 사람을 죽이는 독재자"라며 맹공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용서할 수 없다"고 응수하며, "수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을 폭격해 온 국가 원수는 이런 발언을 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자리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비난함에 따라, 미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 있는 한 타협을 수용할 생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있는 한 계속 러시아와 싸울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볼모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상 참여를 단념시킬 수 있고,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평화 협정 체결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로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은 핵보유국인 러시아와의 위기 국면에서 역대 다른 대통령들이 피했던 방식이라며, 갈등을 개인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측근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무자비한 살인자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을 때 푸틴 대통령에게 '눈을 봤을 때 영혼을 볼 수 없었다'고 말한 이후로 두 정상 간 적대감은 수년 동안 거의 감춰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강력한 대러 제재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3주만에 나온 것으로, 미 행정부는 강경 발언에 대해 러시아 군의 철수를 강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NYT는 다수 국가의 외교관들과 정보 당국자들은 이들 제재가 러시아 내 불안을 부추기기 위한 시도라고 푸틴 대통령은 여기고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러시아 신흥 재벌인 올리가르히와 일반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도록 하려 한다는 것이다.
NYT는 백악관은 러시아의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는 미국의 전략적 의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등을 전범으로 부른 사례에선 은밀하든 노골적이든 그것은 그들을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노력과 관련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가장 큰 우려는 푸틴 대통령이 확전에 나서고,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6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의 통화에서 어떤 경우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엄중 경고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 중 몇명은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고 느낀다면 그가 WMD를 손에 넣을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베트남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언급하며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은 서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았거나, 이를 끝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쟁에서 강대국들은 정치적 합법성과 전략적 위신을 잃을까 우려하면서도 무모하게 전쟁을 이어가 자신과 상대에 큰 피해를 남겼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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