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치열한 '신경전'…우크라군, 수도 키이우 방어 자신
- 22-03-19
러 우크라 침공 4주차…러 무차별 공격에 민간인 피해 가중
美·中 정상 개전 후 첫 통화…바이든, 시진핑에 "러 도우면 대가 치를 것" 경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양 정부간 평화협상이 3주째 이어지는 18일(현지시간) 합의안 초안 마련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등 일부 지역에서 무차별적인 공세로 민간인 피해를 가중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도시 점령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군이 수도 키이우 공격을 위해 진입을 시도 중인 주요 경로 2곳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며 수도 방어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밝혔다.
주변국의 중재 시도도 계속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달아 통화했다.
◇우·러, 길어지는 4차협상…러 "중립국 의견 근접"·우크라 "러측 일방 주장"
개전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 시작한 우크라·러 정부간 평화회담은 간헐적으로 2~6시간씩 진행돼왔지만, 지난 14일부터 열리고 있는 4차 협상은 '이례적으로' 수일째 지속되면서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러측 협상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은 조금 전 협상 상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미가입은 가장 관점이 가깝게 조정된 주제"라며 이런 기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논의는 절반 정도 진행됐다"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관련 '뉘앙스'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직후 우크라 측 협상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측의 성명은 그들이 요구하는 입장일 뿐, 우리는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러의 모든 발언은 언론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종전과 러시아의 철군, 강력한 안보 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협상에서 러시아의 요구 조건 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단념과 중립국화 수용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현재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어떤 방식으로 조율할지는 중립국 논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2014년 병합한 크름(크림반도) 귀속과 침공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임의적으로 독립국으로 승인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보전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리우폴 극장 폭격 현장서 130명 구조…수백 명 매몰
지난 16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마리우폴 극장에서 지금까지 130명이 구조됐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수백 명의 시민은 아직도 잔해 밑에 있다"면서 포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구조 작업을 계속할 것을 약속했다.
러군의 공격을 받은 해당 극장에는 어린이와 노인 등 1000여 명의 민간인이 숨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조우해를 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러시아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득세한 도네츠크주 최남단에 있는 인구 45만 규모 도시다.
함락 시 동부전선과 크림반도 남부전선이 하나로 이어져 러군의 동남부 우위가 막강해지는 전략 요충지인 탓에, 개전 초반부터 러군의 집중 공세를 받으면서 이번 전쟁 '최악의 전장'으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제 마리우폴 중심부에서 시가전이 시작됐다고 이날 전했다. 미 싱크탵크 전쟁연구소는 마리우폴이 몇 주 안에 함락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르비우 공항 인근에 순항미사일 공격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항공기 정비 공장이 러시아군의 순항 미사일 공격으로 건물이 파괴됐다고 르비우 당국은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공장 운영이 중단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에 투하된 6발이 흑해 방향에서 발사된 Kh-555 순항미사일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Kh-555 러시아 순항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3000km로 알려져있다.
르비우는 폴란드 국경에서 약 62km 떨어진 곳이다.
이에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 지원 물자 이동 경로를 공격하려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군은 몇 시간 뒤 르비우로 발사된 미사일 중 4발은 흑해에서 발사됐으며, 이 중 2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군 "러 키이우 공격 경로 2곳 차단"…수도 방어 '낙관'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 공격 주요 경로 2곳을 차단했다면서 키이우 방어 관련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올렉산드르 흐루제비흐 우크라군 부참모장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에워싸고 점령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남북으로 가르는 드니프로 강의 양쪽에서 진격하려 했으나 저지됐다.
그는 "현재 적군은 도시의 오른쪽 둑에서 약 70km 떨어진 곳에 정지하고 있어 로켓 발사 외에는 사격을 할 수 없다"면서 "왼쪽 둑에서의 진군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군은 우리의 기반 시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있지만, 주요 공격 방법은 차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키이우 북동쪽 브로바리와 남동쪽 보리스필 주변에서는 러군의 공세가 중단됐다고 흐루제비흐는 전했다.
또 우크라군이 키이우를 보호하기 위해 두 개의 방어선을 이미 만든 데다, 제3의 먼 방어선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이 발사하는 순항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공시스템은 키이우 주변에서 작동하고 있지만, 도시 상공에서 요격된 미사일은 위협이 되고 있다.
흐루제비흐는 "흑해와 벨라루스는 (요격하기) 어려운 방향"이라면서도 "접근 시 미사일을 파괴할 효과적인 시스템이 개발됐고, 민간인 충격을 최소화할 시스템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 통화…바이든 "中, 러 전쟁 도우면 대가 치를 것" 경고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미·중 정상간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할 경우 미국뿐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부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밝혔다.
이 당국자는 두 정상의 통화와 관련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상세한 대화가 이뤄졌다"면서 "미국은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통화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네 번째 전화통화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전 9시3분부터 10시53분까지 1시간50분간 대화했다.
앞서 지난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중국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크렘린궁의 즉각적인 부인에도 파장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군사정보당국은 러군이 현재 병참 등 문제로 진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별도의 지원이 없을 경우 현재 템포의 전쟁 수행은 열흘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의 지원 여부가 전쟁 장기화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푸틴, 숄츠·마크롱과 잇달아 통화했지만…'요지부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주변국의 외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잇달아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지연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점점 더 비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특히 대규모 로켓과 포 공격이 돈바스 도시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이날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를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으로 설정했다.
한편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민간인 피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이 '전범'으로 지목된 사건을 맡은 국제재판소(ICC)의 전쟁 중단 명령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일 발표한 바 있다.
◇"푸틴, 우크라 소기 목적 달성 실패에도 의도 변화 징후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의도가 변화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없다고 서방 고위 당국자는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푸틴의 원래 의도가 유의미하게 변했음을 시사하는 건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계획된 것과 실행된 것 사이의 차이는 현재로선 타이밍의 문제"라며 "그들은 그들이 목표하고 계획한 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반적인 의도가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는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했지만, 4주차로 접어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주요 도시도 점령하지 못한 채 러군의 진격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으로 인해 러군의 공격 방식이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 양상으로 더 잔혹해질 수 있다는 게 서방 당국의 우려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소모전으로 나아감에 따라 이제는 폭격 대신 무유도(unguided) 미사일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면서 "그런 종류의 포 사용 능력은, 무한하지 않더라도, 정말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군은 엄청난 양의 포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포탄을 배치하는 데에는 병참 문제가 따를 수 있지만, 들여올 수만 있다면 그런 종류의(무차별) 포격을 아주 오랜 기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푸틴의 동맹이자 체첸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밝힌 것처럼 정말 우크라이나에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당국자는 "아직은 그로즈니(체첸 수도)에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서방 당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군의 진격이 지지부진하자, '플랜C'까지 급조한 것으로 관측됐다.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용병을 투입하고 값싼 포탄을 끌어모아 주요 제조·인프라 시설 파괴 및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격을 준비, 소모전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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