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나토 가입 힘들다"…중립국화, 우크라 평화 가져올까

 

전문가들 "우크라, 중립으로 남고 나토 가입 않는 게 지역 안보엔 더 도움"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주째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5일 우크라 정부 측은 영토 보전이 가능하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구하지 않는 쪽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뤄지고 있는 양국 정부 대표단 간 휴전협상의 우크라 측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모델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여러 국가가 직접 보증하거나 러시아 및 다른 파트너들과도 폭넓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목표는 즉각적인 휴전과 러군의 철수인 반면, 러시아 측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과 '비나치화'다. 비무장은 결국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되는 것, 즉 미국과 유럽의 반러 전선인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전쟁을 종식시킬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중동 유력 매체 알자지라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지'를 짚어봤다.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의 답변을 요약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각론에서 다소 엇갈렸지만, 결국은 "우크라이나가 중립으로 남고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게 지역 안보엔 더 도움이 된다"는 데 수렴했다.

◇"러, 침공 근본 원인은 우크라 나토 가입 추구" 

국제법상 주권국가의 중립이란, 일방의 선언으로든 강압에 의한 것이든, 제3국의 군사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스위스는 세계대전이 발발하기도 훨씬 전인 19세기에 영세중립국으로 인정받은 대표적인 예다. 1995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후기' 중립국으로 합류한 아일랜드,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도 있다. EU는 공동의 외교·안보·방위 정책을 펴지만, 전반적인 교착을 피하기 위한 옵트아웃조항(파기 보장)도 갖고 있다.

포티우스 무스타키스 영국 플리머스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적인 시작을 나토 가입 시도로 짚었다.

무스타키스 교수는 "이 문제의 진실은 2008년 부카레스트 나토 정상회의 공동선언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궤도와 세력권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옛 소련 국가인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했다. 러시아는 그해 8월 조지아를 침공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분리시킨 뒤,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름(크림반도)을 병합했다. 

크름을 뺏긴 뒤 계속된 동부 돈바스 내전 속 2019년 집권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는 더욱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2019년 개정 헌법에 나토 가입 추구를 명문화하기까지 했다. 

무스타키스 교수는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부카레스트 선언이 크나큰 전략적 실수이며 러시아의 핵심 국익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나토 가입 추구가 전쟁의 원인이 됐음을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로는 중립화 요구 외에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옛 소련 영광의 재건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심도 거론된다. 

그러나 무스타키스 교수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비에트 제국 2.0'을 재건하려는 건 아니라고 봤다.

그는 "러시아의 전략 이익에 필수로 간주되는 것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서방이 러시아의 이익을 존중하지 않으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만신창이로 만들 것이며, 지금 하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중립이 현재 위기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고, 핀란드화가 그 모델"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나토 가입할 수 있는 중립국…우크라는 안 돼"

러시아에 있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이 같은 의미라면, 우크라이나에 있어 중립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캐서린 라이트 뉴캐슬대 교수는 "젤렌스키가 제시한 어떤 조건이라도 현실화되기 위해선, 오랜 기간 공격적인 이웃(러시아)의 그늘에 살아오다 최악의 공포가 현실이 되는 걸 지켜본 우크라이나 국민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이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다른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과 달리,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그의 상상 속 '러시안 월드'의 일부 내지 같은 언어와 문화 및 옛 소련 영광의 표식 위에 지어진 마을 정도인데, 핀란드와 스웨덴은 그렇지 않다"며 "이것이 바로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의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협상을 위해 중립국화도 가능하다는 의지를 시사한 상황에서 이제 관건은 중립국 선언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라이트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이 되면 침공의 재발을 피하기 위한 안보 연대를 나토 밖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는 침공 우려가 있는 만큼 중립국 유지를 위해 중국과 프랑스, 영국 ,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다른 나라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전향적인 길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푸틴, 우크라 통일 야심 없어…러 이익 간과한 美·나토도 전쟁에 책임"

그래험 길 시드니대 교수는 "중립국화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하나의 국가 형태로 통합하길 꿈꿨는지 모르지만, 최근 사건들(전황)을 보면 그것은 매우 가능성이 낮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선 아직 친러 감정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침공으로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를 다시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푸틴은 통일이 가능한 카드가 아니란 걸 깨달을 것"이라며 "적어도 단기간내 우크라이나에서 광범위한 권력을 누리는 친러 정부가 출현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면 중립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쟁을 몇 달 앞두고 러시아는 서방에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및 나토의 동유럽 배치 병력·전략무기 철수 등이 골자였다. 

길 교수는 "이 협상이 현실적으로 이뤄졌더라면 갈등(전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과연 나토와 미국 중 어느 한쪽이라도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하면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을 (나토와 미국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트는 "중립국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시키는 열쇠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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