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영방송 생방송 뉴스 중 직원이 "전쟁 반대" 외쳤다…러 '발칵'
- 22-03-15
뉴스서 공개 항의 후 편집장 페이스북 칭찬 댓글 쇄도
'내란조장·가짜뉴스' 이유로 처벌될 수도…최대 15년
러시아 내부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채널1 TV의 한 편집 직원이 뉴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를 하며 '전쟁 반대'를 외쳤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채널1의 마리아나 오브시아니코바는 14일(현지시간) 저녁 생방송에서 "전쟁을 멈춰라. 전쟁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당시 그는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의 영문 서명과 "러시아의 선전을 믿지마라.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채널1은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들을 위한 주요 뉴스 전파 방송사다. 통상적으로 크렘린의 노선을 따른다. 그 탓에 저녁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는 방송사고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더 키웠지만, 오브시아니코바의 항의 메시지는 몇 초 동안 전파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널1 뉴스는 음반 코너로 전환됐다.
오브시아니코바는 이후 인권 단체를 통해 사전 녹화된 영상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채널1에서 일하며 '크렘린 발 선전'을 퍼뜨려 온 것에 대한 수치심을 드러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수년 간 채널1에서 크렘린 선전을 작업했다"며 "텔레비전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허락받은 것이 부끄럽고 러시아 사람들의 좀비화를 2014년부터 허용한게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반 인륜적인 정권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 전 세계는 우리를 외면했고 다음 10세대는 이 동족상잔의 수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반성했다.
오브시아니코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반 전쟁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만이 이 모든 광기를 막을 힘을 가지고 있다"며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감금할 수는 없다"고 용기를 북돋았다.
그의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실제 공중파에서의 항의가 있은지 몇 시간 만에 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오브시아니코바의 페이스북에 칭찬 댓글을 달았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고, '푸틴의 정적'으로 불리는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대신해 키라 야르미쉬 대변인은 트위터에 "그 소녀 정말 멋지다"라고 글을 쓰기도 했다.
한편 현재 경찰서에 구금돼 있는 오브시아니코바는 '내란 조장'을 이유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군부는 소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을 새로이 도입한 바 있다. 유죄로 판명시 최고 15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법당국 소식통은 "오브시아니코바는 러시아의 군사력을 훼손하는 공공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고 채널1 국영 뉴스를 통해 전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는 시위대와 독립언론, 해외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전례없는 탄압을 자행중이다.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15000명의 사람들이 전쟁에 항의해 구금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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